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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이윤과 사회적 책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8 조회수1,895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이윤과 사회적 책무

기업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로열패밀리’인 조 전 부사장이 탑승하기 전 특별 서비스 교육을 받았고, 그런 교육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 사용하면 안 되는 언어와 기내 환경음악 볼륨, 수프의 최적온도, 수하물 보관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항공 쪽에서는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등석 승객을 위한 맞춤서비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문화와 조직 문화에서 볼 때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벌 회사에서는 창업주와 그들의 2, 3세에 이르는 일가족 경영인들을 모두 오너(owner)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이 기업의 “주인”이고, 그들이 그들 기업에서 가지는 결정권은 제약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 그들에게 기업은 자신의 것이고, 그들의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기업이 가지는 이러한 문화를 이해한다면,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일가족을 위한 ‘로열패밀리 매뉴얼’이 없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본다면, 한국의 재벌 기업에 있어서 창업주 일가족 경영인들에게 오너라는 명칭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 일가가 가지는 주식지분은 사실상 5%도 되지 않는다. 5%도 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 기업과 기업 집단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벌 2, 3세 중 한 명이 회사에 취직한 후 몇 년이 지나지 않고서 회사 임원이 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인 기업 경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렇게 5% 미만의 지분을 가지는 총수 일가를 소유주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일뿐더러, 주식회사라는 회사형태를 보더라도 ‘오너’라는 명칭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라고 부르는 회사 형태는 17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식민지 무역을 위해 국왕의 특허를 얻어 설립된 ‘동인도회사’ 또는 ‘남해회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회사의 사업 규모는 엄청나게 커서 필요한 자본을 모으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던 반면, 사업 자체는 언제나 큰 위험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이 모든 사업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고 회사를 운영할 수 없었지만, 식민지 무역을 계속해야 하는 국가의 특허를 얻어 유한책임의 원칙으로 자본을 모집하고, 투자자들이 유한한 책임을 지도록 허가를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회사의 형태에서는 오늘날 총수와 같은 소유주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소유주가 없는 회사 형태에서 오너를 호명하고, 오너에게 모든 결정권을 맡기며, 그들을 위한 온갖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내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문화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건강한 시장 경제를 좀먹고, 비효율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주범이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이윤을 부정하지 않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무시하고 이윤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마찬가지로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지 않지만 사유재산권이 사회적 기능을 넘어서지 않도록 사유재산의 권리에는 규제가 필요(간추린 사회교리, 177항)하다고 가르친다. 당장에 우리나라의 건강한 시장 경제를 무너뜨리고, 이른바 ‘갑’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재벌의 오너들에게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때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5월 17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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