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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12: 그리스도인의 성사적 삶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5 조회수2,615 추천수0

신학 산책 (12) 그리스도인의 성사적 삶



지난 글에서 필자는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성사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성사적 삶이란 무엇일까?

유리창이 큰 거실에 앉아 있다.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모래와 낙엽들이 공중을 떠돌다 흩어지고, 나무 꼭대기 잔가지들이 많이 휘어 있다. 방음이 잘 된 거실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바람이 세게 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흩어지는 모래와 낙엽, 휘어진 나뭇가지 등을 보며 바람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다.

은총과 성사도 이와 비슷하게(유비類比) 이해할 수 있다. 즉 귀에 들리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하느님의 은총’에, 바람에 움직이는 모래, 낙엽, 잔가지 등을 ‘성사’에 비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 각자가 성사(모래, 낙엽, 잔가지)가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바람)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그리스도인)는 우리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증언해야 하고, 또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심을 증언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사랑의 삶을 살 때,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의 현존과 은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람이 부는데도 꼼짝 않는 바위가 있다면? 그 바위는 바람이 부는 것을 알려주지 못한다. 바람이 불면 그 방향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꼼짝 않고 있다면 그 바위를 통해서는 바람이 부는지 안 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성사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예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에게 오신 보호자, 성령의 인도하심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삶, 기쁨과 평화의 삶,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성사적 삶을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자,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각자의 삶으로 드러내는 성사적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은총과 사랑을 각자의 마음 안에 가두어 표현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은 매우 간결하지만 힘 있게 다가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2015년 5월 17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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