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16)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통해 각자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하느님을 믿고 의탁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앙의 삶이 자기 혼자서만 누리는 행복과 즐거움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신앙인은 다른 이에게서 신앙을 받으며, 그 받은 신앙을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야”(가톨릭교회교리서, 166항) 하기 때문이다. 즉 세 번째 명제 : 받아들인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가? 라는 질문에 그리스도인은 대답한다. “예, 저는 제 말과 제 행동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세상에 선포하고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내어주심과 부르심[① 계시]에, 각자가 맞갖은 방법으로 응답[② 신앙]하고, 이웃과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포[③ 선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
복음(기쁜 소식)을 선포한다(전한다)는 것, 즉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단순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반복해서 외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도하면 믿게 될 것이고, 믿으면 사랑하게 될 것이고, 사랑하면 섬기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빈민과 병자, 고아, 그리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사랑과 헌신의 삶을 사셨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삶에서, “민중들의 아픔으로, 부탁하고 명령합니다. 탄압을 중지하시오!”라고 외치며 엘살바도르 군사독재에 항거하여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셨던 로메로 대주교님의 삶에서, “우리는 눈물 흘리는 법을 잊고 고통받는 자들을 외면한 채 살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어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선포의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 즉 세상 안에서 사랑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하느님 사랑의 씨앗을 심는 일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인 것이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첫째 편지를 읽어 보자. ‘복음을 선포한다’는 말 대신에 ‘사랑을 실천한다’는 말로 바꾸어 읽어보면 우리 신앙인의 삶이 어떤 삶이어야 하는지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사랑을 실천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2015년 6월 14일 연중 제11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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