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정보와 민주주의
가난한 사람들 배려하는 시각 갖춰야
‘서울시는 메르스와 싸우고, 정부는 괴담과 싸운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청와대의 메르스 대책에는 어김없이 유언비어와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메르스 발병 병원에는 인터넷 사용들이 지목한 병원도 몇 개 포함되어 있으니 완전한 유언비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야 여론에 밀려서 공개한 정부의 탓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가 제때에 정보를 공개하고, 제대로 대응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유언비어와 괴담의 진원지가 우리 정부의 비밀주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핵발전소 문제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회적 숙의보다는 이런저런 소모적인 논쟁들이 사실은 정부의 비밀주의와 전문가 중심주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올바르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나 대중매체의 경우, 이데올로기적 편향이나 권력의 압력에서 자유롭기도 힘들고, 거대 자본과 기업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도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언론이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기 힘들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번 메르스 감염과 관련하여 감염 병원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던 정부가 삼성병원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고주 대기업의 눈치 때문에 해당 기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힘들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또 올바르게 제공되지 않는 정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상황과 현실들,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된 참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러므로 복잡한 사회생활 영역에서 정보와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형태의 도구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다원주의를 보장하고, 적절한 법률을 통해서 이들 도구를 공평하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간추린 사회교리 414항)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더불어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이데올로기적 편향이나 특정 이익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서는 안 되고 공동체의 공동선을 향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참조)는 것 역시 명백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인들에게 섬세한 식별의 능력이 요구된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 가운데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난한 사람들의 눈’이다. 성장이나 발전 등 우리의 물질적 욕망을 충동하는 정보는 의심해봐야 한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관점, 그래서 인간과 노동의 존엄을 기초로 하는 정보야말로 공동선을 위한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식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판과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르지 않고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이던 언론매체이던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참여 없이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는 힘들다. 또한 공동체의 일에 공동선의 정신으로 참여하라는 것이 사회교리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바른 정보를 요구하고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 시민의 자질이기도 하지만,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이기도 하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6월 28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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