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18) 참된 신앙의 지킴이 : ‘교도권’
신자들로부터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신부님, 신부님들은 주교님께 순명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모든 것을 다 순명 하나요?” 대답 대신 이런 질문을 그분에게 해 본다. “주교님께서 만약 ‘김 신부~, 요즘 배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운동하고 살 좀 빼야지~’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무조건 살을 빼야 하는 건가요? 만약에 살을 못 빼면 순명하지 않은 것인가요?” 그러면 신자는 “글쎄요.. 순명이라면...”이라고 말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주교님의 모든 말씀에 따르는 것이 순명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따라야 하고, 무엇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가!
지난 글에서 사적 계시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권위로서 교도권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일반적인 의미로 교도권(敎導權)은 ‘가르치고 인도하는 권리’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교도권은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앙의 길을 밝혀주고 도와주는 직무’라 이해할 수 있다. “교도권은 하느님의 백성이 빗나가거나 쇠약해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며, 올바른 신앙을 오류 없이 고백할 수 있는 객관적 가능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교도권의 사목적 임무는 자유를 주는 진리 안에 하느님의 백성이 머물도록 보살피는 임무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890항).
이러한 교회의 교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로마 주교인 베드로의 후계자[교황]와 일치를 이루는 주교들에게 맡겨져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85항). 교도권이 주교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은 개별 주교가 갖는 어떤 뛰어난 지적 능력이나 신앙의 확고함 때문이 아니라, 주교직이 갖는 사목적 특성에 기인한다. 즉 “주교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신앙의 선포자이며 진정한 스승 곧 그리스도의 권위를 지닌 스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교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에게 믿고 살아가야 할 신앙을 선포하고, 계시의 곳간에서 새 것과 옛 것을 꺼내어 성령의 빛으로 밝혀 주며, 그 신앙이 열매를 맺게 하고, 자기 양떼를 위협하는 오류를 경계하여 막아야 하는”(교회 헌장, 25항)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교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것을 우리 신앙인은 따라야 하는가?
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유권적 해석과 신앙의 유산에서 얻어진 가르침’의 경우, 모든 신앙인은 신앙의 동의로서 따라야 한다(계시 헌장, 10항 참조).
② ‘신앙과 도덕 문제에 관한 계시를 더 잘 이해하도록 지도하는 일반적인 가르침’일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신앙의 동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신앙인은 “마음의 종교적 순종(religioso animi obsequio)”으로 따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교회 헌장, 25항 참조).
③ ‘신앙과 도덕 문제가 아니라면?’ 이에 대해 교회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다음과 같은 권고를 통해 올바른 신앙인의 태도를 제시한다. “교황과 친교를 이루며 가르치는 주교들은 하느님의 보편 진리에 대한 증인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아야 한다”(교회 헌장, 25항).
[2015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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