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으로 풀어보는 교리] 예수 부활과 승천의 의미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심을 저는 믿나이다.”
저승에 가신 예수 그리스도
이승에 반대되는 말로 ‘사람이 죽어서 그 혼이 간다는 곳’을 가리키는 저승은 예전엔 ‘고성소’라고 불렀는데, 이는 옛적, 그러니까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이전에 거룩하게 살다 죽은 사람들이 있던 곳을 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죽은 이들의 거처에 머물러 계셨다는 사실을 전제 조건으로 한 표현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셨다는 말은, 그분께서 참으로 우리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겪으셨다는 것이고, 이는 그분께서 또한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성경이 돌아가신 그리스도께서 내려가신 죽은 이들의 거처를 저승이나 셔올, 곧 지옥이라고 부른 것은 이곳에 있는 이들이 시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공로를 입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아직 하느님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예수님께서는 지옥에 떨어진 이들을 구하거나 저주받은 지옥을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보다 먼저 간 의인들을 해방시키고자 저승에 가셨다는 교리서의 가르침이 중요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말씀대로,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심으로써 죽은 이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지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비롯한 선조들의 하느님이시만, 그들을 위해서 그들의 후손으로 태어나셨다는 말씀이다.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를 역사적인 사건으로, 그것도 분명한 사실들을 보여 주는 실제 사건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미 56년경 바오로 사도께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신 것입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1코린 15,3-5)
예수님의 빈무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24,5-6)고 천사가 말하였습니다. 물론 빈 무덤 자체가 부활의 직접적인 증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빈 무덤은 모든 사람에게 핵심적 징표가 되는 것입니다. 즉 빈 무덤을 발견한 것은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부활 사실을 인정하는 첫걸음이었던 것이지요.
예수님 부활의 증인들
부활에 대한 교회의 신앙은 그리스도인들이 알고 있던, 대부분 아직 그 가운데 살고 있던 사람들의 직접적인 증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리스도의 부활을 사도들에게 알린 첫 사람은 여인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나타나시는데, 먼저 베드로에게 그리고 이어서 열두 사도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뿐이 아니었습니다. 바오로는 야고보와 모든 사도 외에도 한 번에 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제자들의 어려움
수난으로 받은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제자들은, 그러니까 그들 가운데 적어도 몇몇은 부활 소식을 쉽게 믿지 못했습니다.(토마스가 대표적이죠) 제자들은 기가 꺾이고 두려운 상태에서 무덤에서 돌아온 여인들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헛소리처럼 여겨졌다.”(루카 24,11)고 복음서는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날 저녁에 열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는데, 되살아난 당신을 본 이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마르 16,14 참조). 실재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앞에 보고서도 제자들의 의심은 여전했는데, 그들에게는 부활이 불가능한 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한 인성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을 만지게 하셨고,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셨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유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난 부활하신 예수님의 육신은 수난의 흔적을 아직 지니고 있는,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바로 그 육신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육신은 영광스러운 육신의 새로운 특성들도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나타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부활의 의미
부활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께서 친히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들을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구약의 약속과 예수님께서 사시는 동안 하신 약속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활은 예수님이 지니신 신성의 진실성을 확증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것이다.”(요한 8,28) 하셨는데,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예수님의 부활은 그분께서 바로 “나다”는 것, 곧 하느님의 아들이요 하느님 자신이시라는 것을 증명한 사건인 것입니다.
예수님 승천의 의미
예수님께서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요한 12,32)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 인간이 자신의 자연적 능력만으로는 하느님의 생명과 지복(至福)에 다다를 수 없다는 것과, 오직 그리스도께서만 우리 인간에게 이 길을 열어 주실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승천은 어디까지나 당신께서 수난하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의 사건입니다. 곧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 높이 올려지심은 그분께서 승천으로 하늘에 높이 오름을 의미하고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어 천주 성부의 오른편에 앉으셨음을, 곧 그분께서 아버지와 똑같은 영광을 누리시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당신의 사제직을 영원히 수행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하신 말씀을 잊지 맙시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히브 7,25)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7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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