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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혼인의 본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18 조회수2,225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혼인의 본질

동성애, 다른 것일까? 틀린 것일까?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의 동성애에 대한 판결이 인터넷과 신문기사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프로필에 동성애를 뜻하는 무지개 색상을 넣은 사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동성애 지지자들도 지난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미 동성 간의 혼인 예식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 그리스도 연합교회(UCC)와 미국 장로교 두 개신교단에 이어, 미국 성공회도 지난 7월 1일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예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혼인 예식과 교회법에서 남편과 아내라는 표현대신 ‘커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특정 성(性)에 관련된 용어를 삭제했습니다.

적지 않은 신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진보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가톨릭교회도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짧은 지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내용을 다룰 수도, 모두가 수긍할만한 답변을 내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는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로, 교회의 가르침을 간단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성(性)을 이해할 때, 결코 생명과 분리시켜서 이해하지 않습니다. 부부 간의 사랑은 성관계를 통해 생명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부부 관계 밖에서의 모든 성행위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하는 자위행위나 생명에 대한 책임감 없이 행해지는 비 배우자 간의 성관계, 혼전 성관계, 매매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동성 간의 성행위 또한 생명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동성 간의 성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 자체나 그들의 모든 행위를 단죄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로, 이 일이 동성결합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이에 대해 지지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와 같은 피상적인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받아들입니다. 답답해 보일 때도 있지만, 분명 교회는 오래전부터 그들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일은 가정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가정과 관련된 다른 문제들과 함께 혼인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이고, 가정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반성이 있을 때라야, 이 모든 논의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셋째로, 이 일을 통해 신앙과 실천,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신앙의 진리는 미국 성공회나 개신교에서 보여준 것처럼 단순히 사회 분위기와 다수결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신앙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굳어버리고 교조화 된 신앙은 우리의 현실, 실천과 유리되기 쉽습니다. 무엇이 우리 신앙의 본질인지, 그것을 이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철저하게,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열쇠는 십자가입니다. 서로 상대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음으로 끝낼 수도 있고, 각자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복음의 길을 따라가 부활이라는 새 생명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신앙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김성수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7월 19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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