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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텔레비전에서 해방되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4 조회수2,528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텔레비전에서 해방되기

대중매체 꼼꼼하게 따져보자



어느 연구조사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의 대부분이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을 보면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욱이 텔레비전 시청의 대부분은 종편 방송에 채널을 고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송에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가 단지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령 인구의 대부분이 경제적 여유가 없고, 또한 여가 시간을 즐길만한 문화적 사회적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긴 하지만, 사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방송과 언론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신뢰를 가지고 있다. 방송에 소개된 식당은 어느덧 ‘맛집’이 되고, 전파를 탄 여론은 다수의 의견으로 변한다. 수많은 텔레비전 채널 중에 특정한 채널에 고정시키는 시간은 길어야 3분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채널을 잡기 위해서 되도록 주위를 끌만한 내용과 표현으로 방송을 채운다. 그래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과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니 텔레비전 보도가 객관적이거나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순진한 생각이거나 어쩌면 신화에 가까운 생각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텔레비전은 이제 단순히 “바보상자” 그 이상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하듯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파되는 저속한 상업주의는 건강한 대중문화를 왜곡할 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역시 대중 매체와 뉴스 미디어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간추린 사회교리 414-416항)를 가지고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 공동체의 상황과 사실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 해결책들이 서로 공유되고 서로 개진되어야 한다. 대중 매체를 통해서 우리 공동체 안의 여러 정보와 의사소통을 위한 여러 형태의 도구들이 존재해야만 실질적인 다원주의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 매체의 세계에서는 흔히 이데올로기, 사적인 이익 추구, 정치적 통제와 여론의 왜곡,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때문에 뉴스 미디어가 왜곡되고 있다. 이것이 교회가 염려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왜곡 현상 앞에서 건강한 대중문화도 형성되기 어렵고, 건강한 민주주의도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끊임없이 인간의 존엄성과 우리 사회의 공동선이라는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원리들이 대중 매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의 상업주의 앞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우리의 몫이다. 무엇보다 먼저, 꼼꼼히 따져보고 대중 매체를 접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텔레비전 시청은 많은 판단력과 비판력을 필요로 한다. 재미있다고 마냥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다. 텔레비전 시청은 최소한으로 하고, 그 시간에 신문과 잡지,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 더욱 좋을 일이다. 더 나아가서 텔레비전을 아예 보지 않으면 어떨까?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텔레비전을 아예 보지 않으면 더 재미있고 더 가치 있는 일들이 생겨난다. 기도할 시간은 넉넉해지고, 이웃에 대한 연민도 깊어진다. 게다가 세상을 보는 눈은 오히려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어쨌든 자기 처지에 따라 텔레비전에서 해방되어야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23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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