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
성전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요?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의 원죄 없는 잉태와 성모 승천을 믿을 교리로 따르고 전례 안에서 대축일로 기념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교리이다. 또한 우리는 성부와 성자께는 물론이요 천주 성령께도 기도를 드리지만, 그 근거 역시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다. 이처럼 가톨릭 교회는 성경에는 구체적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사도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여러 전통들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이를 ‘성전(聖傳, Sacra Traditio, Holy Tradition)’, 즉 ‘거룩한 전통’이라고 부른다.
신명기 32장 7절의 “아버지에게 물어보아라. 알려 주리라. 노인들에게 물어보아라. 말해 주리라.” 말씀처럼 성전은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계시이다. 교회의 초창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르침과 실천적 관행을 교회 공동체는 충실히 보전하며 널리 선포하여 왔다. 그 이유는 역사의 한순간에 내려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접하게 된 계시를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에게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세기 교회 개혁가들은 당시 그들의 눈에 인간적인 전통들을 거부하고, 성경만이 계시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성경 자체가 모든 계시를 다 간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성경은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그 전통을 이어가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고 여러 가지 구체적인 상황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그 공동체의 전통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이렇게 말한다. “성전으로 교회는 성경의 온전한 정경을 인식하게 되었고 또한 성전으로 성경은 한결 더 깊이 이해되고 교회 안에서 그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성전과 성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또 상통한다.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성전을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고 기계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성경의 기록이 과거의 한 사건을 단순히 객관적으로 수집한 수준이 아닌, 현 시대에 살아 숨쉬는 양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성경을 현 시대에 맞게 재해석 할 수 있는 성전의 힘이다. 그리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전해 받은 전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교회의 일원이요 주체가 된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요한 21,25).
[외침, 2015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정리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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