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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리: 성경, 하느님의 말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7 조회수3,631 추천수0

[생활 속의 교리] 성경, 하느님의 말씀



인간은 하느님을 찾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당신을 알려주지 않으신다면 어떤 사람도 그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하느님을 찾기 이전에 그분께서 먼저 우리에게 당신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주변의 모든 피조물을 통해, 우리의 양심을 통해, 사람의 숭고한 모습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드러내보이고 계십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무엇보다 ‘말씀’을 통해 당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생활 : 말씀

우리는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인간의 특성인 생각하는 능력도 저하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생각을 압니다. 또한 글을 읽으며 지식을 쌓아갑니다. 언어는 나를 알리고 상대방을 알게 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제가 아는 신부님은 신학을 공부하면서 줄곧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아들이 사제가 되기보다 집안일을 도우며 살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서품식 때도 아버지의 축하인사를 받지 못했던 것은 신부님에게 줄곧 마음의 짐이자 아픔이었습니다. 사제품을 받고 25년 남짓 지난 뒤,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신부님은 아버지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편지에는 사제품을 앞둔 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고,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은 신부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적어도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른 그 짐을 내려놓고 아픔을 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부치지 못한 이 편지에 담겨있던 말은 편지를 쓴 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그 마음은 25년이 지나서야 편지를 받았어야 할 이에게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줍니다. 그중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어떤 말은 우리의 삶을 뒤바꿔놓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며, 선입견을 깨부숩니다.


교리 : 성경, 하느님 말씀

“하느님께서 선하신 자비로 인간에게 당신을 계시하실 때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신다. ‘예전에 영원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연약한 인간의 육신을 취하여 인간들을 닮으셨듯이,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말씀들이 인간의 말과 같아졌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1항).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보이시려고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 안에는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그리고 온 생애를 거쳐 그분을 찾고 있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곧,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는 분을 만나려면 알아야 할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삶을 바꾸어놓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하느님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말씀이 누구인지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이 ‘연약한 인간의 육신을 취하여 인간들을 닮으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고백합니다.

한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어디에 기록되어 있습니까?’ 여기서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고 대답합니다. “교회는 늘 성경 말씀으로 양식과 힘을 얻는다. 왜냐하면 교회는 성경에서 인간의 말뿐 아니라,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경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4항).

성경의 참저자는 하느님이시며, 하느님께서는 성경의 인간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셔서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통하여 당신께서 바라시는 모든 것을, 그리고 바라시는 것만을 성경에 기록하셨습니다.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인간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신 바로 그 성령께서 이끌고 계시는 교회의 거룩한 전승을 따라야 합니다. 교회는 그 거룩한 전승 안에 하느님 말씀의 생생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래서 성경은 사실 문자적인 기록이기 이전에 교회의 마음속에 적혀있는 것입니다.


말씀 : 성경을 깨달음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다”(루카 24,45).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동행하시면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에게 성경을 깨닫도록 가르쳐주시는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과, 성경을 깨달으려면 마음이 열려야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경을 열린 마음으로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열린 마음으로 읽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납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성경에 마음을 열려면 무엇보다 성경이 내 자신을 송두리째 바꾸고 내가 그토록 찾고 있는 하느님을 보여줄 ‘하느님의 말씀’임을 ‘믿어야’합니다. 그리고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시도록 청해야 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들이 죽은 문자로 머물지 않으려면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 ‘성경을 깨닫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셔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8항).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려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교회의 거룩한 전승을 형성하신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 성경을 읽으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믿고, 성경 읽는 시간을 마련해 봅시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낸 편지와도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읽고 알아야 했을, 그러나 아직도 읽지 못한 그 말씀이 담겨있는 편지입니다. 말씀이시며 스승이신 예수님께 성경의 참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시다.

· 성경을 읽으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교회에서 마련한 성경 공부 프로그램에 꼭 참석해 봅시다. 그리고 교회 전통이 간직해온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를 실천해 봅시다.

· 성경구절의 멋지고 명쾌한 해석보다도 더 값진 것은 그 구절을 통해 하느님을 느끼고 만나는 것입니다. 미사 시간에 성경말씀이 선포될 때, 그리고 내가 성경을 읽을 때, 무엇보다 내가 찾고 있는 바로 그 ‘하느님’을 믿음 안에서 느껴봅시다.

* 고성균 세례자 요한 - 도미니코수도회 수사.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현재 한국 도미니칸 평신도회 영적 보조자 소임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8월호, 고성균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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