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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33: 하느님 나라는 하늘에 있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01 조회수2,697 추천수0

신학 산책 (33) 하느님 나라는 하늘에 있나요?



“구름 너머 하늘에 있는 나라가 하느님 나라인가요?”, “하늘나라, 천국(天國), 하느님 나라는 모두 다 같은 건가요?”, “신자들이 죽으면 육신은 땅에 묻히고 영혼이 가는 나라가 하늘나라인가요?” 신자들의 이러한 질문을 들은 후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본다. 저 어디쯤 하늘나라가 있는 것일까?

먼저 용어를 정리해 보자. ‘하느님 나라’는 마르코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면, 마태오 복음에서는 ‘하느님 나라’ 대신 ‘하늘 나라’가 주로 나타난다(37회). 이는 아마도 마태오 복음서의 저자와 독자 모두 유다인이기에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하느님 나라(The Kingdom o fGod)’가 하느님의 다스림과 하느님의 주권을 강조하고, ‘하늘 나라(The Kingdom of Heaven)’는 하늘이라는 장소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하느님 나라’와 ‘하늘 나라’는 같은 의미로 보는 것이 맞다.

신약성경 특히 복음서는 하느님 나라를 하늘에 있는 나라, 또는 죽어야만 가는 나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첫 설교를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마태 4,17 참조). 하느님 나라는 어느 먼 곳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심을 통해 이미 시작된 나라인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 지상에서 하늘 나라를 세우기 시작하셨다”(교회헌장, 3항).

또한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활동과 현존 안에서 사람들에게 빛나기 시작한”(교회헌장, 5항) 나라로서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나라이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라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는 죽은 다음에 가는 나라가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주님의 제자가 되어 교회 공동체 안으로 부름을 받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나라이다. 이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 완성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동시에, 완성될 하느님의 나라를 희망하며 그 나라를 향한 여정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를 그 목적으로 삼는다. 하느님께서 친히 이 땅에서 시작하신 그 나라는 세말에 또한 당신 친히 완성 하실 때까지 끝까지 넓혀져야 한다”(교회헌장, 9항).

하느님의 나라는 이곳이나 또는 저곳에 있는 공간적인 나라가 아니라,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의탁하는 삶, 그분께서 주시는 참 행복을 맛보며 그 완성을 기다리는 삶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나라이다. 바오로 사도가 잘 지적하였듯이,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 14,17).

[2015년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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