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리] 성사,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 하느님을 찾는 그리스도인에게 성사는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특별한 길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나뵙게 되는 구원의 체험입니다. 만질 수 없는 분을 만져볼 수 있는 놀라움이며, 감각할 수 없는 분의 손길을 느끼는 거대한 신비입니다. 생활 : 표징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 욕구, 감정, 생각 등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직접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통해 알게 됩니다. 말, 행동, 표정 등은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줍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의사’ 표현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의사소통을 하려고 표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표징은 ‘밖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나 상징’으로서,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의미, 느낌 등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예컨대, 십자가라는 하나의 표징에는 예수님, 구원, 사랑, 희생, 죽음 등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영성이 총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표현의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언행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혼란을 느낍니다. 정신질환의 요인 가운데 ‘이중구속(doublebind)’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어머니를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어머니를 안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머니는 몸을 옆으로 피해 버렸고 그 환자는 그만 허공을 안아버렸습니다. 크게 당황한 그에게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이 사람이 혼란을 겪은 것은 어머니의 이중적인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 행동은 자신을 거부하는 어머니의 진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언행의 일치는 중요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가 사랑의 표현을 한다면 그 메시지는 더 큰 힘을 지닙니다. 상대방은 그 사랑이 진심임을 알게 됩니다. 이는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당신의 사랑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성사’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일관성 있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이 표현은 언행이 일치된 강력한 표징을 담고 있습니다. 교리 : 성사 “성사들은 언제나 살아계시며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의 몸에서 ‘나오는 힘’이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의 행위이다. 성사들은 새롭고 영원한 계약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걸작’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16항).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입니다. 이 손길에는 그분의 사랑과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그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힘을 가지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사는 우리가 그 말씀을 체험하게 하는 하느님의 걸작입니다. 말씀을 통하여 알고, 표현을 통해서 확인이 되는 구조는 미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우리는 말씀 전례를 통해 선포된 말씀을 성체성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성찬 전례를 통해 체험합니다. 성체성사에는 빵과 포도주라는 ‘표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표징에는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신’(요한 15,13) 예수님의 크나큰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교회에 맡기신 은총의 유효한 표징들로서, 이 표징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베풀어진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31항). 우리는 성사를 통하여 그 성사의 표징이 보여주고 있는 은총을 실제로 받게 됩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새 사람이 되는 은총을 받고,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사랑의 은총을 받습니다. 사실 모든 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셨고, 그분께서 이 성사를 통해 활동하십니다. “성사는 그 안에 그리스도께서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유효하다. 세례를 주시는 분도 그리스도이시고, 성사가 의미하는 은총을 주시기 위해 성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도 그리스도이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27항). 말씀 : 표징 - 예수 그리스도, 교회, 칠성사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 보여주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성사’라고도 합니다. 한편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라고도 합니다.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이 세상에서 활동하시고 당신을 드러내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영광을 저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 저는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제 안에 계십니다”(요한 17,22-23). 칠성사는 ‘교회의 성사’입니다. 그리스도인 생활에서 중요한 모든 단계나 시기와 연관된 칠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활 동안 우리에게 드러내신 행적의 핵심입니다. 성사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만난 복음 속의 제자들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성사 거행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하고 확장해 갑니다.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성사는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가톨릭교회의 특성을 깊이 담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중심으로 하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하나이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집전되는 성사를 통해 우리는 숨어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시는 그리스도를 체험하게 됩니다. - 성사가 가톨릭 신앙의 깊은 특성을 담고 있는 만큼, 성사의 풍요로운 의미를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이를 느껴봅시다. 가시적이면서도 영적인 ‘교회’는 바로 그리스도의 성사이며 그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성사에 참여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껴봅시다. 끊임없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을 만나봅시다. - 성사를 통해 받은 은총을 알아봅시다. 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일하시기 때문에 반드시 은총이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이 은총의 빗속으로 뛰어듭시다. * 고성균 요한 세례자 - 도미니코수도회 수사. 현재 수도회 지원기 양성 담당자 소임을 맡고 있다.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경향잡지, 2015년 11월호, 고성균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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