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38) 꼭 고해소에서 신부님께 고백해야 하나요?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신부님이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제가 누군지 알 것 같아 부끄러워요”, “신부님이 다 기억했다가 저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하느님께 기도 중에 직접 고백하면 안 되나요? 꼭 신부님께 고백해야 하나요?”, “판공성사표 나오기 며칠 전에 고해성사 봤는데 또 봐야 하나요?” 교회는 “하느님께서만 죄를 용서하신다”라고 분명하게 지적하지만, 아울러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로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당신의 이름으로 행사하게 하신다”라고 가르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41항 참조). 따라서 “주교와 사제들은 성품성사의 힘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죄를 용서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461항). 그렇다고 하여, 고해성사의 집전자로서 사제에게 부여된 것을 권한(power)의 관점에서만 이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용서할 권한’을 직무(ministry)의 관점에서 가르치고 있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화해의 직무’를 맡기신 것이며, 이 직무를 주교들과 사제들이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해 사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뜻에 결합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마음대로 다루는 주인이 아니라 종”(가톨릭교회교리서, 1466항)으로서 “죄인에 대한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는 표지이며 도구”(가톨릭교회교리서, 1465항)인 것이다. 또한 교회는 고백을 듣는 모든 사제가 고백자에게서 들은 죄에 대해 절대 비밀(성사적 봉인 : sacramentale sigillum)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매우 준엄한 벌을 받는다고 가르치고 있다(교회법 983-984조 참조). 판공성사(判功聖事)는 무엇일까? 판공(判 : 판가름할 판, 功 : 공로 공)은 ‘공로를 심판하는 것’을 뜻한다. 판공성사라는 말은 한국천주교회에만 있는 것으로, ‘매년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면서 받아야 하는 고해성사’를 특별히 일컫는 말이다. 『교회법』 제989조와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0조에 따르면 “모든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하여야 하며, “이 영성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되어야 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이 시기를 연장하여, 만약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성탄 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비록 한국천주교회가 ‘쉬는 교우’ 또는 ‘냉담자’를 파악하기 위해 ‘판공성사표’를 만들고 이 성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판공성사는 신자들이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12월 6일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사회교리주간)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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