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자비의 희년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닮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이하는 지난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자비의 특별 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림 제3주일이자 자선주일인 오늘 각 교구의 주교좌성당에서도 자비의 희년을 기념하여 주교좌성당 문을 여는 전례를 거행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발표하신 교황칙서 「자비의 얼굴」을 살펴보면, 자비의 희년을 지내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차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차원은 바로 구세사에 대한 강조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느닷없이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성경과 교회의 전승 전체를 관통해서, 다시 말해 구세사 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우리에게 가장 분명히 드러내신 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시고, 우리는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얼굴을 통해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만납니다. 우리는 미사와 고해성사와 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만나야 합니다. 두 번째 차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가르침의 심화입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연설에서 “이제 그리스도의 신부는 엄격함이 아닌 자비의 영약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 우리 공의회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이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셨음을 기억할 때 우리가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배우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차원은 교회의 사명에 대한 강조입니다. 교회는 구세사 안에서 우리가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를 전례 안에서 기억하고 기념하며 현재화합니다. 또한 이를 시대와 문화에 맞게 적절한 언어로 가르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전례 안에서, 특별히 미사와 고해성사 안에서 하느님 자비를 현재화하고 체험했다면, 교회 가르침이 살아있는 가르침이라면, 교회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자신의 사명을 올바로 수행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얻기 위한 회개의 표지인 단식과 자선, 기도가 교회 내적인 차원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까지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사회교리의 차원에서 간단하게 풀어 말하면, ‘교회가 전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미사와 성사 안에서 느끼고, 배우고 실천하자’가 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그저 신심행사와 순례지 성당을 방문하며 자신과 가까운 이들을 위한 전대사를 얻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만난 이들은 이 세상의 악과 어둠에 맞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선택하는 용기 있는 신앙의 실천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 희년에 그리스도인들이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곧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것입니다. 또한 자비의 영적 활동도 잊지 맙시다. 곧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여야 합니다.” * 김성수 신부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2월 13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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