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올해 기억해야 할 일들 2016년을 바라보며 벌써 2016년을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각자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세운 계획이 있을 것입니다. 신앙인이라면 그 계획이 나만의 계획인지 아니면 하느님의 뜻 안에서 특별히 ‘자비의 희년’을 지내면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드러내는 신앙인의 계획인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올 한 해를 지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먼저 올 한 해가 자비의 희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희년 따로, 삶 따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올 한 해 동안 신앙인으로서 나의 결정과 판단이,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것인지,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루카 6,36) 이루어지는 일인지 늘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은 일본 위안부 문제와 4월 16일 세월호 2주기에서처럼 소외된 이들,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지는 일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에서도 밝힌 것처럼 국민의 공감대와 역사적 반성이 필요한 문제를 그저 돈 몇 푼과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고, 정부 간 합의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릴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위로가 무엇인지,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다음은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입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건설은 진행되었습니다. 현실적인 필요와 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육지와 달리 가족같은 끈끈함을 보여주던 제주 섬마을 강정의 주민들은 분열되었습니다. 아직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 다른 가게만 찾고, 얼굴도 마주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삶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으면서, 당사자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평화와 안보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4월 13일에 있는 국회의원 총선거도 기억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고,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소명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선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선거구 확정부터 삐걱거린 이번 총선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참으로 국민을 위한 선거, 진정한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해마다 맞이하는 의미들이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 6월 호국보훈의 달, 8월의 광복절, 9월 민족의 명절 추석, 이밖에 순간순간 새롭게 우리를 맞이할 다양한 사건 안에서, 특별히 부조리하고 고통스러운 구체적인 현실에 직면하여 내가 신앙인임을 잊지 말고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고통을 모르면서 하느님만 아는 것은 자만을 낳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모르면서 우리의 고통만 아는 것은 절망을 낳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면 중용을 지키게 되는데,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하느님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통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 블레즈 파스칼 ※ 지금까지 ‘사회교리 아카데미’ 집필을 맡아 수고해주신 김성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이동화 신부님께서 단독 집필해주시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24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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