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42) 예수님을 누가 죽였는가?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사도 신경을 통해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언뜻 이 고백은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본시오 빌라도(Pontius Pilatus; 일명 빌라도 총독)에게 지우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수님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린 이는 당시 유대 총독이었던 빌라도였기 때문이다(마르 15,6-15; 요한 19,13-16 참조). 그러나 복음서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단지 빌라도에게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유다인(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부터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를 모의하였다(마르 3,6 참조).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을 믿을까 걱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이 와서 성전과 유다 민족을 짓밟을 것을 두려워하였다(요한 11,48 참조). 또한, 최고 의회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모독하였기에 죽을죄를 지은 것으로 선언하였다(마태 26,66). 다만 그들에게는 누구를 죽일 권한이 없었으므로(요한 18,31 참조) 예수님을 정치적 반역자로 고발하여 빌라도 총독 앞으로 끌고 갔던 것이다(루카 23,2 참조). 결국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라고 정치적으로 위협하는 대사제들에게 굴복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유다인들에게 넘겨주었다. 자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유다인들 전체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는 예수님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유다인들이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마태 27,25)라고 외쳤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당시에 살고 있던 모든 유다인에게 그리스도 수난의 책임을 차별 없이 지우거나 오늘날의 유다인들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비그리스도교 선언, 4항)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히려 교회는 예수님의 처형에 대한 가장 중대한 책임을 유다인이 아닌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리며, “계속해서 죄에 다시 떨어지는 사람들이 이 무서운 잘못에 책임이 있는 사람”(가톨릭교회교리서, 598항)이라고 고백한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2,000년 전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악습과 잘못을 저지르는 우리의 삶과 얼마나 깊은 관계가 있는지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마귀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악습과 죄를 즐김으로써 마귀들과 함께 주님을 못 박았으며, 지금도 못 박고 있는 것입니다”(성 프란치스코, 「권고」, 5,3). 사순시기!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한다는 것은 단지 예수님의 아픔과 고통을 상상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내 잘못과 죄 때문에 고통 받으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며 내 자신의 삶을 겸손되이 성찰하는 것을 뜻한다. [2016년 2월 14일 사순 제1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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