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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 산책44: 예수님께서는 죽으신 후 어디에 가셨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29 조회수4,154 추천수0

신학 산책 (44) 예수님께서는 죽으신 후 어디에 가셨나?

 

 

현재 우리가 고백하는 사도신경에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저승에 가셨다는 이 표현은 1967년까지는 “지옥에 내리시어”로, 그 후부터 1996년까지는 “고성소에 내리시어”로 고백했던 말이다. 자!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신 후, 어디에 가신 것일까? 지옥? 고성소? 저승?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번역을 했던 단어는 라틴어 사도신경의 ‘inferi’(인페리)를 번역한 것인데, 이 말은 히브리어 ‘sheol’(셰올)이나 그리스어 ‘hades’(하데스)와 같은 의미로서 본래 ‘죽음을 넘어선 경지’ 또는 ‘죽음의 세계, 죽은 이들의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이를 영어권에서는 ‘hell’(헬 : 지옥)으로 번역하였는데 초기 한국천주교회에서 이를 그대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양 언어권에서 지옥은 단지 ‘죄인이 형벌을 받는 곳’의 의미뿐 아니라, ‘저승’ 혹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포함하는 폭 넓은 개념으로 쓰이는 반면, 우리는 지옥을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만 이해하기에 수정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따라서 ‘지옥’을 ‘고성소(古聖所) : limbo(림보)’라는 용어로 바꾸었고, 현재는 개념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고성소’ 대신 ‘저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도신경의 위 내용은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예수님께서 죽으신 후 어디에 가셨는가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와서 ‘죽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예수님께서 실제로 돌아가시지 않고 어딘가에 머물다가 사흗날에 제자들에게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이단이 등장함에 따라, 예수님의 참된 죽음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기에 생겨난 고백인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셨다는 고백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의 거처에 머물러 계셨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예수님께서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겪으셨고, 그 영혼은 죽은 이들의 거처에서 그들과 함께 계셨음”(가톨릭교회교리서, 632항)을 의미한다. 즉 예수님께서 참으로 죽으셨음을 고백하는 표현인 것이다.

 

또한, 이 고백은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이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모든 사람에게 미치고”(가톨릭교회교리서, 634항) 있으며, 예외 없이 “죽은 이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졌다”(1베드 4,6)라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렇게 들은 이들이 살아나게”(요한 5,25) 하시고자 저승에 내려가셨던 것이다. 나아가 교회는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심을 통해 “죽음과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히브 2,14) 악마를 멸망시키셨다”(가톨릭교회교리서, 636항)고 고백하고 있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가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초기 교회 공동체 또한 이러한 질문에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곳이 어딘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특정 장소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저승에 가시어”라는 신앙고백 안에 담겨 있는 교회 공동체의 관심은 ‘예수님께서 어디에 가셨다가 부활하셨느냐’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참으로 죽으셨고, 그 죽음을 통해 죽음의 세력마저 굴복시킨 참된 승리자’이심을 고백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2016년 2월 28일 사순 제3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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