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45)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이 비었다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의 상황을 루카 복음은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다.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셨다”(루카 23,44.46). 예수님의 죽음을 구경하려고 몰려 들었던 군중들이 하나 둘 돌아갈 무렵, 아리마태아 출신의 요셉은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청하였고 그 시신을 바위를 깎아 만든 새 무덤에 모셨다. 언뜻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의 삶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삶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돌아가신 지 사흘째가 되던 날, 즉 일요일 아침 이른 새벽에 예수님께 발라 드릴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간 몇몇 여자들은 놀랄 만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던”(루카 24,3) 것이다. 빈 무덤! 당황해 하는 여자들 앞에 눈부시게 차려입은 두 천사가 나타나 더욱 놀랄만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무덤이 왜 비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으며 동시에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증언이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5-6). 실제로 빈 무덤 자체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이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사실 앞에 그 당시의 수석사제들, 원로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시체를 훔쳐갔다”고 소문을 내게 하였고, 유다인들 사이에는 이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다(마태 28,11-15 참조).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빈 무덤’은 단지 ‘예수님께서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신앙 고백의 징표인 것이다. 즉 “제자들이 빈 무덤을 발견한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실을 인정하는 첫걸음이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40항). 빈 무덤을 발견했던 여자들은 무덤에서 돌아와 사도들과 그 밖의 모든 이에게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과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였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는 빈 무덤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보고 믿었다”(요한 20,8). 빈 무덤! 불신과 의심의 눈으로 본다면 그것은 단지 비어있는 무덤이지만, 신앙의 눈으로 본다면 비어 있는 그 무덤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신앙의 시작점이다. 우리가 믿는 신앙의 진리는 객관적 상황이나 사실을 쫓거나 맥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과 사실에 담겨있는 의미를 믿음의 눈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십자가가 누구에게는 ‘이스라엘의 사형도구’나 ‘목에 거는 예쁜 장식’에 불과하지만, 우리 신앙들에게는 그것이 ‘구원의 표징’인 것처럼 말이다. [2016년 3월 6일 사순 제4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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