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합시다! 신앙교리] 신앙의 순종 신앙의 순종, 신앙의 복종? 신앙은 인간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인다는 말이고,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의 깊이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얼마나 잘 순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느님의 뜻은 잘 따를 마음이 없다면, 그런 믿음은 결코 바른 것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기도에서 중요한 자세가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라고 하겠습니다. 순종한다는 말은 그 어원적으로 볼 때 ‘누구의 말을 듣는 것’, ‘누구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려는 이성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 다음으로 그 말씀을 꼭 지키려고 의지적으로 힘을 써야 합니다. 곧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믿으면 이성으로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고, 이성으로 이해하면 마음으로 믿는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의 순종을 증언하는 성경의 인물들 성경에서 신앙의 순종을 증언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간 것입니다. 동정마리아는 가장 완전하게 믿음의 순종을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마리아는 불가능한 처녀잉태를 믿음으로 받아들였고, 그 잉태로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였던 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신 마리아는 아무 조건 없이 하느님께 완전한 순종을 드렸습니다. 그러한 마리아의 믿음은 일생 동안에, 또 극도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곧 당신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의 결과는 바로 행복이었습니다. 성녀 엘리사 벳은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하셨고, 마리아는 “모든 세대가 저를 복되다 할 것”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과 사람을 믿는 것의 차이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을 믿는 것과 전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그분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고, 이로써 하느님께서 나의 모든 것, 나의 전부가 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인격적으로 귀 의하고,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 전체에 대하여 자유로의 동의하는 것이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믿는다는 것 정도이지, 내 자신을 전적으로 다 맡기고 귀의할 정도의 믿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사람은 믿던 사람에게 배신의 아픔을 겪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 것은 인간 자신만의 능력으로써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혜에 의해, 하느님이 도와주셔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있으려면 하느님 도움의 은총이 선행되어야 한 다는 것, 곧 성령의 내적인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께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할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이시다.” 하셨지 않습니까! 이렇게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께서 불어 넣어 주시는 초자연적인 덕입니다. 신앙은 은총이기에, 우리는 더없이 고귀한 선물인 이 신앙을 잘 지키고 키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비신자들이 교리 공부를 하면서 하느님을 알아가는 것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믿음을 위한 사람의 협력 우선, 믿는다는 것은 참으로 인간 자신의 행위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 해도 인간이 하느님을 그저 수동적으로, 맹목적으로 믿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 있어야 인간이 믿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은총에 인간은 협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의 자유로운 지성적인 동의가 따르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리고 신앙은 은총이면서도 우리의 지성과 의지로, 우리 존재 전체로 이 은총을 주시는 분께 응답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인격적인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하느님을 신뢰하 고 그분께서 계시하신 진리를 따르는 것이 인간의 자유나 지성에 반하는 것은 아님”(154항)을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할 때에 서로를 믿고, 서로의 약속을 믿는 것이 그들의 인간적인 품위를 손상시킨다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인간이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다고 해서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을 잃어버린다거나, 자신의 품위에 손상을 입게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성 토마스 데 아퀴노의 말씀에 의하면,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움직여진 의지의 명령에 따라, 하느님의 진리에 동의하는 지성적 행위”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에 인간의 협력이 따름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신앙이기에, 이러한 신앙의 성숙에는 우리 인간의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신의 신앙을 키우고, 신앙의 시련 가운데서도 주님께 기도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와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단원들, 그 모든 것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시는 단원들, 신앙을 굳게 지킴으로써 이 지상에서부터 천상의 기쁨을 미리 맛보시며 그러한 복된 신앙을 끝까지 꿋꿋하게 지켜 나가시는 단원들 되기를 소망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4월호, 글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계산동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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