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에너지 소비사회
‘공동의 집’ 지구를 지켜라 이미 몇 차례 이야기했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특징을 들어보면 한마디로 소비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사회는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이후, 우리는 인류가 문명 생활을 한 이래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족이 우리의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거나 더욱 인간답게 만든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더욱 물질에 얽매여 살고 있고, 자연과 환경은 쉽게 사용하고 버려진 쓰레기로 고통 받고 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비사회는 대량 생산으로 쏟아져 나오는 생산품들을 소비시켜야만 경제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광고와 마케팅 기술이 개발되고 발전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기술은 소비자의 욕구와 욕망을 계속적으로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각 개인들이야 자신들의 선택과 소비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소비자의 수요는 광고와 마케팅 기술이 만들어낸 욕구와 욕망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라 생각되어지는 취향과 선호 역시 시장과 사회의 강제와 구조 안에 갇혀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소비 행태에 대한 미시적 분석은 우리 사회의 기술과 경제, 에너지 정책과 경제에 대한 거시적 분석으로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개인의 소비 행태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필요와 수요 역시 우리 자신들의 주체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생산자와 시장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 핵 발전 산업과 관련해서는 특히나 그러하다. 핵 발전 생산자들의 이해관계는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선전되어 왔고, 핵 발전 산업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정보나 논의에도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정부는 사회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적절히 조정하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노력보다는 핵 발전 생산자들에게 국민 세금으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정부가 나서서 그들을 대변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핵 발전 산업과 그 이익에 관련된 폐쇄적인 이익 집단을 ‘핵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상 우리의 에너지 남용은 이러한 폐쇄적인 이익 집단의 선전에 의해 부추겨지고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술-경제 사고방식(techno-economic paradigm) 또는 기술관료 사고방식(technocratic paradigm)에 대해서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이 경계하고 있다. 최근 반포된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직접적으로 핵 문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기술과 시장의 논리가 결합되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며,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경제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힘의 구조가 우리의 정치는 물론 자유와 정의를 지배”(53항)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익 집단 세력이 너무 크고, 경제적 이익 집단들이 손쉽게 공동선을 내쳐 버리고 정보를 조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와 기술의 동맹은 그 즉각적 이익과 무관한 모든 것을 결국 배제”(54항)시켜 버린다. 이런 의미에서 생태계를 보존하는 우리의 노력은 개인적 영역에서 잘못된 소비 습관에 맞서 싸우는 것뿐 아니라, 더 큰 영역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통제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의 더 많은 참여를 통한 민주적인 통제 역시 필요한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일,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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