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안보 소비사회
국방 · 안보 논의, 시민들도 참여해야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서유럽 연합군 사령관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계획하고 감독하였다. 이 작전은 유럽 전선에서의 승리뿐 아니라 전체 전선에서 연합군 승리의 도화선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맥아더 장군의 후임자로 한국 주둔 미군을 관리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젠하워는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이끈 탁월한 군인이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으로서 아이젠하워는 1953년 연설에서 “모든 총과 군함과 로켓은 결국 배고프고 춥고 헐벗은 사람들로부터 훔친 것”이며 “노동자들의 땀과 과학자들의 재능, 아이들의 희망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행하게도, 냉전 중이던 당시에 그의 비판을 귀담아 듣는 이는 없었다. 그 후 1961년 대통령 퇴임 연설에서 그는 미국의 군부와 군수산업 세력의 결탁 체제인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가 군사 부문을 넘어서서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과정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다른 한편 군수산업의 팽창을 경계하고 민주주의를 걱정한 정치가이자 예언자이기도 했다. 그가 경계한 대로, 실제로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경제를 부양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몫을 빼앗는 것이다. 오늘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 1명을 훈련시키고 무장하고 유지하는데 연 100만 달러가 든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미국인의 수는 7명 중 1명꼴로 증가했다. 이런 의미에서 “군비 경쟁은 인류의 극심한 역병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사목헌장」 81항)이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외침을 귀여겨들어야 할 것이다. 더 나가서, 오늘날의 소비사회에서 개인의 상품 소비는 물론 에너지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소비 역시 소비자의 주체적인 선택과 결정보다는 생산자의 선전과 마케팅에 의해서, 그리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생산자가 만들어 내는 신화와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무기 생산자와 중개상들의 사고방식이 잠재적 안보 위협을 증폭시키고 사회 전 영역을 군사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그럼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군산복합체에 대한 경고대로 55년 지난 오늘날 미국은 항시적인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로 변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보호책으로 삼는 군비 경쟁은 평화를 확고히 유지하는 안전한 길이 아니며 또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균형도 확실하고 진실한 평화가 아니라는 확신을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한다.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신무기의 군비에 엄청난 재화를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는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불행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다”(사목헌장 81항). 따라서 평화의 첫걸음은 무력의 위협이 아니라 상호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그 바탕으로 군비 축소와 무장 해제로 나가는 것(「사목헌장」 82항 참조)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방과 안보에 관한 논의에 소수의 폐쇄적인 전문가만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또한 민주주의의 과정이기도 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8일,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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