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합시다! 신앙교리] 하느님 신앙의 결과와 천사 공경 먼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을 부를 때, ‘야훼’ 보다 ‘주님’이라고 더 많이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하느님 이름에 대한 가톨릭교회교리서 206항의 가르침을 봅시다. “하느님께서 신비이시듯이, 하느님의 이 이름도 신비롭다. 그것은 이름을 알려 주는 것이고, 동시에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며, 우리가 깨닫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무한히 초월해 계시는 그대로의 하느님께서 이 이름을 통해서 가장 잘 표현되신다.” 이렇게 신비로운 하느님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이름이 ‘야훼’이므로, 이러한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야훼’라는 이름 대신에 주인님을 뜻하는 ‘주님’(아도나이)이라는 이름으로 하느님을 불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오늘날의 교회에까지 이어져 내려와서 우리도 하느님을 ‘야훼’ 보다 ‘주님’으로 더 부르는 것입니다. 하느님 신앙의 결과 그러면 우리가 ‘주님’이신 하느님을 신앙하는 것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가톨릭교회교리서 222항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고 모든 것을 다 바쳐 그분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삶 전체에 대단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을 신앙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하느님의 위대함과 위엄을 깨닫고 섬기게 된다. - 하느님께서 베풀지 않으신 것이 없기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모든 인간의 단일성과 참된 존엄성을 깨닫게 된다. -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게 하는 것이면 선용하고, 하느님께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라면 멀리하도록 해주는 것이기에, 창조된 만물을 선용하게 된다. - 역경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이 신앙이기에 어떠한 처지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게 된다. (수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레지오 단원들 되시기를 소망하며, 일찍이 예수의 성녀 데레사 수녀님께서 권고하신 말씀을 들려드립니다. “그 무엇에도 너 흔들리지 말며 그 무엇에도 너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하느님께서만 변치 않으신다. 인내는 모든 것을 얻는다. 하느님을 가진 자는 부족함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 천사공경에 대하여 오늘날 천사에 대해 믿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듯합니다. 그러나 천사의 존재는 우리 신앙의 진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케루빔과 세라핌 등 천사의 계급에 관한 것과, 우리 개인 하나 하나를 보호하는 수호천사가 존재한다는 것, 이런 사항은 꼭 믿어야 할 교리가 아니지만 천사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꼭 믿어야만 하는 중요한 교리입니다. 교회 내에서의 천사에 대한 공경은 4세기에 동방교회에서 먼저 (미카엘 대천사에 대한 공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때 교회는 신자들이 천사를 공경할 수는 있으나 그로인해 하느님에 대한 흠숭이 약화되거나 천사가 하느님보다 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교회가 천사의 존재를 정식 신앙 교리로 선언한 것은 1869-1870년에 걸쳐 열린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였습니다. 여기서 교회는 하느님이 물질세계와 영적세계, 즉 세상과 천사를 동시에 창조하였다고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공의회는 마귀 혹은 악마들은 일찍이 하느님으로부터 선한 천사로 창조된 존재이며, 그들은 본질적으로는 선한 존재였으나 자신의 자유의지로 하느님에게 대항하여 타락하였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면 교회는 무엇을 천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일까요? 천사는 하느님의 피조물로 인간보다 우위에 있는 영적인 존재를 말합니다.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영적인 존재들 중에 하느님에 의해서 임무를 받고 파견된 심부름꾼이자 전령을 천사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천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지켜주며 그 길을 이끄는 존재를 천사로 표현하는데, 이렇게 천사는 인간을 능가하면서 하느님 가까이 있는 존재로서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중개하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 나타납니다. 천사를 가리키는 말은 히브리어로 (213번이나 사용된) ‘말락’인데, 이는 ‘사자’(使者), 곧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 또는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전하는 자’를 뜻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예언자나 사제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고, 하느님의 천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천사’라는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락’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는 ‘인간의 전달자’는 ‘nuntius’(전령)와 ‘하느님의 천상 전달자’는 ‘angelus’(천사)로 구별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신약성경의 대표적인 천사로는 성모 마리아께 나타나 구세주의 잉태를 알린 가브리엘 천사를 들 수 있습니다. 수호천사와 천사 공경의 의미 이스라엘은 바빌론 유배를 겪고 난 이후, 페르시아와 그리스, 로마 문화와 종교의 영향을 받아 천사에 대한 관념을 더 풍부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착한 천사’와 ‘악한 천사’, 즉 ‘천사’와 ‘악마’의 구별이 생겨나게 되었고, 개인이나 도시나 나라의 ‘수호천사’라는 개념도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천사에 대한 믿음은 당시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믿음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시기 바로 이전시대의 사두가이들은 천사를 부정하였지만, 바리사이들과 에세네들은 천사를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천사의 존재에 대해서 정식교리로 선포하였지만 수호천사의 존재에 대해서까지 신자들이 꼭 믿을 교리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신자들이 수호천사에 대한 믿음을 지켜왔고, 수호천사께 대한 다음의 기도도 계속 바쳐왔습니다.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저를 비추시고 지켜주시며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이렇게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신 천사들을 공경하는 것은, 하느님의 구원은혜에 대한 믿음과 감사, 그리고 유혹과 시련의 세상살이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보호에 대한 끝없는 신뢰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부디 천사같이 살아가시고, 형제자매들에게 천사가 되어주는 단원들이 되어 주십시오! 사람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찬사는 ‘천사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이란 바로 서로에게, 또 세상 사람들에게 천사가 되어주는 사랑의 사람일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6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 주임, CBCK 교리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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