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60) 그리스도 신자 : 성직자, 평신도, 수도자 “그대는 이제 복음 선포자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으십시오. 읽는 바를 믿고, 믿는 바를 가르치며, 가르치는 바를 실천하십시오.” 이는 부제 서품식 중, 주교님께서는 새로 서품된 부제들에게 복음서를 전해주시며 하시는 첫 권고 말씀이다. 이어 사제 서품식에서 주교님께서는 새로 서품된 사제들의 손에 크리스마 성유를 발라주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성부께서 성령과 능력의 기름을 발라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대를 보호하시어, 그대가 교우 들을 거룩하게 하고,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게 하여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 이들을 교회의 직무에 따라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분한다. “그리스도교 신자들 중에는 교회 안의 거룩한 교역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법에서 성직자(聖職者)들이라고 부르고 그 외의 신자들은 평신도(平信徒)들이라고 부른다”(교회법 제207조 1항). 또 이러한 구분과는 별개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 “복음적 권고의 선서로써 특별한 양식으로 하느님께 봉헌되고 교회의 구원 사명에 이바지하는 이들”(교회법 제207조 2항)을 수도자(修道者)라 부른다. 그렇다면 교회의 직무는 왜 존재하며, 특별히 성직자(주교, 사제, 부제)들이 맡은 직무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교회 직무의 원천’임을 가르치며, 성직자들이 맡는 교회의 직무가 봉사의 직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백성을 사목하고 또 언제나 증가시키도록 당신 교회 안에 온몸의 선익을 도모하는 여러 가지 봉사 직무를 마련하셨다”(교회헌장, 18항). 그러므로 교회가 “주교와 사제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동할 사명과 권한을 그리스도께 받는다”고 가르칠 때, 이 말씀은 주교와 사제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위가 아니라 그리스도 의 권위에 힘입어 말하고 행동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동체에 말하고” 봉사할 것을 준엄하게 권고하는 가르침인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875항 참조). 새 부제들과 새 사제들에게 하시는 주교님의 위 당부 말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복음의 선포자로서, 그리고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거룩하게 하는 직무를 맡은 자로서, ‘교회 공동체를 위한 봉사직을 수행하는 이’가 다름 아닌 성직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직자는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이가 아니라 종이 되어야 한다. “성직자들이 봉사하는 말씀과 은총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것이므로, 그들은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876항). 실제로 교황님들께서는 이러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뜻으로 칙서나 글 마지막에 자신을 ‘episcopus servus servorum Dei(에피스코푸스 세르부스 세르보룸 데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주교,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라는 뜻이다. [2016년 7월 3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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