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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경제의 참다운 의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17 조회수4,528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경제의 참다운 의미


세계 전체를 관리하는 기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경제가 아닌가 싶다. 윤리적인 가치, 생명의 가치, 인간 삶의 가치 등 그 어떤 가치들도 경제적 가치 앞에선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어떤 법칙과 논리도 경제 논리에 압도당하고 만다. 생명과 생태에 대한 가치는 가장 편리하고도 윤택한 삶을 선전하는 핵발전소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공동체의 연대는 효율성 앞에서, 가난한 이웃에 대한 연민은 현실의 경쟁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경제적 가치가 가장 큰 가치이고, 경제 논리가 최고의 논리가 되어버렸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크고도 힘든 것이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물질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에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가치관의 뒤바뀜, 가치의 무질서는 인간과 경제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경쟁을 통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며, 그러기에 경쟁과 자기 이익을 부추길 때 더 많은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해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 대해 편협하게 이해하고 있고, 경제에 대해서도 너무 피상적이다. 자기희생을 무릅쓰고서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투신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고, 경쟁보다 협력할 때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이기도 하다. 

 

사실 경제는 집안을 돌보는 살림살이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 경제(economy)를 뜻하는 말은 옛 그리스어의 ‘집’(oikos)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기에 경제(economia)는 어머니가 집안을 돌보듯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도 집안을 돌보는 것을 ‘살림’이라고 했다. 모두를 먹이고 살리는 것이 바로 경제의 본질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바로 우리 공동의 집이라고 가르친다(「복음의 기쁨」 206항, 「찬미받으소서」 1항). 그러기에 경제는 세계 전체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참다운 의미의 경제는 시장 안에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쟁을 추구함으로써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에 신뢰를 두지 않는다. 더 나은 소득 분배, 일자리 창출, 가난한 이들의 진보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이 반영될 때 가능한 것이다(「복음의 기쁨」 203-204항). 뿐만 아니라 경제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 전체를 돌보는 것이라면, 이는 필연적으로 고통으로 울부짖는 피조 세계를 외면할 수 없다. 집안 살림(oikos)은 세상 모든 이를 돌보는 경제(economia)로 넓혀질 수밖에 없으며, 참다운 경제는 울부짖는 생태계를 돌보는 생태론(ecologia)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교부 이레네오는 하느님의 구원경륜을 일컬어 ‘구원의 경제(economia salutis)’라고 표현했다. 참으로 경제는 어머니다운 마음으로 사람을 돌보는 것이고 하느님다운 마음으로 우주 만물을 돌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경쟁과 이윤, 효율의 가치가 우리 현실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가치로 이루어진 생산력이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이 참다운 풍요는 아닐 게다. 오히려 협력과 공동체, 연대와 연민, 그리고 생명과 생태의 가치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이 더욱 크다. 그것은 또한 이웃과 화해하고, 우주 만물과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두고, 공동소유와 공동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더 많은 성과를 낸다. 눈에 잘 띄지는 않겠지만 하느님 나라의 표지는 우리의 생각보다는 더 많다.

 

*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신학원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7월 17일, 이동화 신부(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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