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63) 모든 성인의 통공 : 모든 그리스도인의 나눔과 친교 “신부님~, 연도가 뭐예요? 며칠 전에 엄마가 아는 분이 돌아가셨는데요, 연도하러 간다고 하셨거든요.” 첫영성체를 한지 얼마 안 된 어느 아이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실제로 천주교에서는 신자가 선종(善終)*하면 많은 교우들이 장례식장(또는 빈소)에 함께 모여 연도를 바친다. 연도(煉禱 : Prayer for the Dead)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선,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초대 교회 때부터 있어 왔던 교회의 전통이다. 그것은 교회가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을 커다란 신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하여 왔으며,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생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교회헌장, 50항 참조). 특히, 이 기도는 ‘이 세상에 살면서 지은 죄를 다 용서받지 못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바치는 것으로, 교회는 그들이 정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정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연옥(煉獄)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정화 과정에 있는 이들(연옥 영혼)이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간청하는 기도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교회는 ① 지상에서 순례하는 교회, ② 연옥에서 정화 중인 교회, ③ 천상에서 영광을 누리는 교회의 세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주님의 제자들 가운데에서 어떤 이는 지상에서 나그넷길을 걷고 있고, 어떤 이는 이 삶을 마치고 정화를 받으며, 또 어떤 이는 ‘바로 삼위이시며 한 분이신 하느님을 계시는 그대로 분명하게’ 뵈옵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교회헌장, 49항). 그렇다고 이 가르침이 교회가 셋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은 성령을 모시고 하나인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 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영신적 선익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교회헌장, 49항 참조). 이 ‘결합’과 ‘선익의 교류’를 바로 ‘성인의 통공(聖人의 通功 : communion of saints)’이라 부른다. 즉 성인의 통공은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 교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공(功)을 나누고 친교를 이루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천상의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주님께 전구(轉求)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으며, 또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의 친교를 믿습니다. 곧, 지상에서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남은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친교 안에서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과 그분의 성인들이 우리의 기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교황 바오로 6세, 「하느님 백성의 신앙 고백」, 30항). * 선종(善終) - 한국 천주교회에서 신자의 죽음을 일컫는 말로, ‘착한 삶을 살다가 복된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을 가진 선생복종(善生福終)에서 유래하였다. [2016년 7월 24일 연중 제17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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