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찾아서] 그리스도인, 도유가 된 백성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입니다. 지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위해 봉사합니다. 그리고 무언가 추구하며 일을 합니다. 몸은 그냥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입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신비체인 교회를 통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의 지체인 우리도 예수님의 뜻에 따라 일함으로써 그분의 사명에 동참하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생활 : 직분 우리는 일을 합니다.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익을 얻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우리 삶에 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마냥놀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노는 것에 금세 지치게 될지 모릅니다. 삶의 즐거움은 있을지언정 의미와 보람은 적을 것입니다. 휴식 없이 일만하는 삶도 고통스럽지만, 일없이 놀기만 하는 삶도 문제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 한 직장 내에서도 많은 역할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직업과 역할을 통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습니다. 이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하여 하나의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한 사회는 다양한 직업을 통해 공동선을 이루고, 한 회사는 구성원들이 역할을 다함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갑니다. 내가 공동선을 위해 역할을 부여받고 거기에 사명을 느끼게 되면, 이를 통해 나는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내 자신은 변화됩니다. 그 일을 하는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도 찾게 됩니다. 제가 수도회 가족 단체를 위해 일하고 있었던 때입니다. 한 형제님에게 단체에 새로 들어온 분들을 양성하는 일을 부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제안에 당황하셨고, 그래서인지 양성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양성을 하고, 단체의 모임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였습니다. 뒤에 형제님의 나눔을 듣게 되었습니다. 양성을 맡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이 단체의 회원으로서 합당하게 살아가는지를 반성해 보게 되었고, 이러한 자기반성이 자신에게 큰 변화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역할을 맡아 변화되기 시작했던 그 형제님은 이제 그 단체의 회장이 되어 하느님께 봉사하고 있습니다. 교리 : 그리스도, 기름부음받은이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기름부음받은이’를 뜻하는 히브리말 ‘메시아’의 그리스 말 번역에서 온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리스도’가 의미하는 신적 사명을 완전히 수행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이는 예수님의 고유한 이름이 된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위해 봉헌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름을 부었다. 왕과 사제들의 경우가 그랬고, 간혹 예언자들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 예수님께서는 사제, 예언자, 왕의 삼중 임무 안에서 메시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희망을 채워주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36항).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분께서 기름부음받은이로서 신적 사명을 완전히 수행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신적 사명은 바로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라는 칭호는 예수님께서 받은 ‘직분’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구약에 이스라엘이 왕, 사제, 예언자들에게 기름을 부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왕직, 사제직, 예언자직이라는 신적 사명을 부여받은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직분이 ‘그리스도’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부께서 성령으로 기름 부어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으로 세우신 분이다.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이러한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분에 참여하며, 거기에서 나오는 사명과 봉사의 책임을 진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83항). 말씀 : 그리스도인, 도유가 된 백성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그분의 사명에 동참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우리를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릅니다. 그 말은 우리 또한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기름부음받은 사람이 되어 그분의 직분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세례 때에 기름부음받았고, 이 세상을 향한 직분, 곧 하느님의 신적 사명을 받아 세상 안에서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으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직분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세례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인, 곧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아서, 기름부음받은 사제이며, 예언자이고 왕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41항).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자신의 직분을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내가 내 자유의사로 이 일을 한다면 나는 삯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는 수 없이 한다면 나에게 직무가 맡겨진 것입니다”(1코린 9,17). “여러분은 거룩하신 분에게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 그분께서 기름부으심으로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십니다. 기름부음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1요한 2,20.27). 우리에게 주어진 이 중대한 직분을 잘 수행하려면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고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는 예수님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우리가 받은 기름부음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며,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깊이 깨닫고 그분 안에 머물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 성찰과 머무름이 우리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기름부음 받은 이의 직분을 잘 수행하는 힘의 원천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예수님께서 ‘기름부음받은이’로서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을 수행하십니다. 그분의 몸인 교회와 그 지체인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직분을 받아 예수님의 사명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내가 이 직분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성찰하고, 그리스도 안에 충실히 머물러 많은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힘써야 합니다. - 예수님께서 ‘기름부음받은이’이심을 되새겨봅시다. 예수님을 나와 세상의 구원을 위해 뽑히신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으로 여겨봅시다. - 내가 ‘기름부음받은이’임을,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직무에 동참하여 이 세상에서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으로 세워졌음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이를 나의 사명으로 여겨봅시다. 또한 나의 정체성으로 삼아봅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에 충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무엇보다 ‘기름부음받은이’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그분의 가르침을 충실히 배우고 깨닫는 가운데 살아가야 합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4-5). * 고성균 요한 세례자 - 도미니코수도회 수사. 현재 수도회 지원기 양성담당자 소임을 맡고 있다.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경향잡지, 2016년 8월호, 고성균 요한 세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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