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68) 아멘 : ‘그렇습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에게 기도를 하며 가장 즐겨 바치는 말(단어)은 무엇일까? 미사를 드릴 때는 물론이고 묵주기도를 바치거나 아침 · 저녁 기도를 바칠 때, 화살기도를 바칠 때에도 가장 많이 하는 기도는 ‘아멘’일 것이다. 천주교에서 여러 특강이나 성령세미나 강의를 할 때면 신자들이 ‘아멘’ 또는 ‘알렐루야’라고 번번이 응답하는 모습을 보게 되며, 개신교에서도 예배드릴 때 설교에 화답을 하며 모인 이들이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아멘’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하고, 어떤 이는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어느 것이 맞을까? ‘아멘’은 히브리말로, ‘믿다’라는 말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다. 이 어원은 ‘견고함, 신뢰성, 성실성’을 의미하는데 무엇보다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신뢰(믿음)’를 뜻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62항). 구약 성경에서는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확신(신명 27,15 이하 참조)이나 찬미가에 대한 응답(1역대 16,36 참조)에 나타나며, 특히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찬미가의 끝에 ‘아멘’이 많이 나타난다(시편 41,14; 72,19 등). 신약 성경에서는 신앙고백이나 기도에 대한 응답(1코린 14,16 참조)과 하느님께 향한 기도와 찬미 끝에 ‘아멘’이 쓰이고 있다(로마 1,25 참조). 또한 일찍이 유다인들은 회당에 모여 예식을 거행하거나 기도할 때, 어느 한 사람이 기도를 드린 후에 ‘아멘’으로 마치면 다른 사람들도 ‘아멘’이라고 응답하였다. 즉 누군가의 기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각자 그 기도에 동의하는 뜻으로 ‘아멘’이라고 응답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그리스도교에도 이어져 ① 기도의 마침이나 ② 전례 때에 ‘아멘’이 쓰이게 되었다. ① 기도를 마치면서 하는 ‘아멘’은 ‘그렇습니다’ 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를 뜻한다. 즉 이때의 ‘아멘’은 앞서 기도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② 전례 때, 특히 미사를 드릴 때 신자들이 함께 바치는 ‘아멘’은 교회 공동체의 동의와 참여를 의미한다. 사제의 기도가 끝난 후에 그 자리에 모인 신자들은 다 함께 ‘아멘’을 외치게 되는데, 미사의 본기도와 관련하여 교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사제는 백성에게 기도하자고 권고한다. 그 다음 사제는 흔히 모음 기도라고 하는 본기도를 바친다. 이 기도로 그 미사의 성격이 표현된다. … 백성은 이 청원에 참여하고 ‘아멘’으로 환호하여 자신의 기도로 삼는다”(미사 경본 총지침, 54항). ‘아멘’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을 간략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이 신앙 고백은 단지 ‘아멘’이라고 두 글자를 말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백에 합당한 삶을 살아감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고백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얼마나 많이 입으로 ‘아멘’을 말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아멘’은 매일 매순간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삶을 통해 고백되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4일 연중 제23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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