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님과 함께하는 월례교육] 『계시 헌장』 : 하느님 계시의 전달 지난 외침 9월호 월례교육의 주제는 ‘계시와 신앙’이었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는 ‘계시’란 무엇이며 인간은 이에 어떻게 응답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계시의 전달’(계시헌장 2항)에 대하여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계시헌장 2장은 계시와 그 전달 및 ‘성전’(聖傳) 개념 사이를 구별하면서 교회의 신앙 전달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이후 이어지는 내용들(성경, 성경의 해석, 교회생활과 성경)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하느님 계시’를 전달하라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자유로운 구원 의지는 하느님의 자기 전달, 즉 ‘계시’를 통하여 성취되었습니다. 이는 구약의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하여 준비되었고(3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습니다(4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진리는 모든 민족과 모든 사람에게 알려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계시는 온 인류의 구원을 지향하는 보편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4). 사도들은 하느님 계시의 ‘전달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계시하신 모든 것이 영구히 온전하게 보존되고 모든 세대에 전해지도록”(7항) 사도들을 파견하셨습니다(마태 28,19-20; 마르 16,15 참조). 사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구원의 진리, 즉 ‘복음’을 전달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7항)하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7항)하였습니다. 사도들은 이러한 교회의 거룩한 ‘신앙의 유산’이 온전하고 생생하게 보존되고 전달되도록 주교들을 후계자로 세워 가르치고 이끄는 직무를 넘겨주었습니다(7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계시의 전달 과정에서 성령을 통하여 활동하십니다. 성령의 ‘감도’(感導, inspiratio) 아래 하느님 계시는 온전하게 전달됩니다. 예수님으로부터의 가르침, 그리고 그분과의 삶은 사도들이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근간이 됩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행적을 직접 보고 들었으며, 그들이 체험한 모든 것을 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사도들이 선포하는 ‘복음’은 역사의 어느 특정 시기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 구원의 진리입니다. ‘성전’이란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는 성령의 감도 아래 사도들로부터 현재까지 올바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하느님 계시를 직접 체험하였으며, 자신들의 체험을 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알려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의 증언을 통하여 전달된 신앙 체험과 가르침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삶의 규범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도들이 교회에 물려준 ‘신앙의 유산’(depositum fidei)입니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생생한 전달을 거룩한 전승, 즉 ‘성전’(聖傳, sacra traditio)이라고 부르는데, 우선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삶을 거룩하게 이끌고, 신앙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모든 것”(8항)을 지칭합니다. 여기에는 사도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모범에서 그리고 성령을 통하여 배운 것”(가톨릭교회교리서 83항)뿐만 아니라, 초대 교회 공동체의 (교리적) 가르침과 제도, 신앙의 실천 내용들(전례예식[예 : 빵을 쪼개는 예식], 행동규범, 체험 등)이 포함됩니다. “거룩한 교부들은 이 성전이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 믿고 기도하는 교회의 관습과 생활 안으로 이 성전의 풍요로움이 흘러 들어온다고 가르칩니다”(8항).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 교회에서 생겨난 신학적, 생활 규범적, 전례적 또는 신심에 관한 ‘전승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승들은 다양하고 독특한 양식들을 이루게 되는데, 교회 교도권의 지도 아래 수용, 보존되거나 수정 또는 폐기될 수 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83항 참조).
‘성경’은 계시를 전달하는 또 다른 통로입니다. 인류 역사 안에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구원의 기쁜 소식’은 - ‘성전’과 함께 - ‘성경’(聖經)을 통하여 전달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느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계시하신 모든 것”(7항)을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안에서 체험하였고, 이를 성령의 감도 아래 오류 없이 기록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목격자들인 사도들이나 그의 제자들이 기록한 ‘복음’은 ‘거룩한 책’으로 교회 안에 보전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이후의 신약성경 27권외에도 예수 그리스도 이전의 구약성경 46권을 ‘정경’(正經)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성경의 저자들은 단순히 그리스도의 생애를 기록하고자 한 것도, 사도 공동체의 모든 체험을 전달하고자 한 것도 아닙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그리스도 예수에 대하여 갖는 일부 체험들, 다시 말해 구원의 신비에 대한 체험과 그분의 말씀과 행적 일부를 기록하였을 뿐입니다. 이를 통하여 사도들은 자신들이 속한 신앙 공동체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복음’을 보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은 ‘삶’과 ‘가르침’을 통하여 자신들이 체험한 ‘복음’을 전달하였고, 이 ‘복음’이 교회의 영원한 기초가 될 수 있도록 일정한 형식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성경을 ‘기록된 전승’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전’과 ‘성경’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은 성전과 성경의 상호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성전과 성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또 상통한다.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9항). 성경은 성령의 감도 아래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며,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은 ‘성전’으로 후대에 온전히 전달됩니다. 따라서 교회는 오로지 성경으로만 모든 계시 진리에 대한 확실성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은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써 받아들이고 공경해야 하는 교회의 ‘신앙의 유산’입니다(9항 참조).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는 달리 개신교에서는 성경 안에 구원의 모든 진리가 내포되어 있기에 성경 외에 어떠한 다른 권위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앙 안에는 ‘오직 성서만이’(sola scriptura) 있을 뿐입니다. 트리엔트 공의회(1546)는 가톨릭 교회의 입장, 즉 하느님 계시는 ‘성경’과 ‘성전’을 통하여 전해진다는 가르침을 재확인하였습니다. 교도권을 통해서 계시의 올바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계시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하게 밝혀졌으며, 이는 교회의 전통 안에서 보존되어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시 안에 담긴 구원의 진리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교회의 ‘교도권’(敎導權)은 거룩한 ‘신앙의 유산’인 성경과 성전에 담긴 계시 진리를 권위 있게 해석하고 올바로 가르치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10항 참조). [외침, 2016년 10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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