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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언론의 책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0 조회수3,426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언론의 책임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10월 24일 ‘최순실 파일’을 보도한 JTBC와 최씨가 민정수석실 인사에 개입한 문건을 공개한 TV조선 등 종편의 활약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SBS본부가 각각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성명서의 중요 부분은 이렇습니다.

 

「KBS의 참담한 추락,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명서)

 

“참담하다. 정말 참담하다. 어제와 그제 연이틀 온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락 뉴스를 보면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끔찍하고 비참하다.… 공영방송으로서, 그리고 한때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이 있는 뉴스를 만들었다는 KBS의 구성원으로서 이 희대의 사건 앞에서 KBS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로 떨어졌음을 직접 우리 두 눈과 귀로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그토록 반대하고 무시하고 조롱했던 종편이었는데! 이젠 KBS의 수백 명 기자들이 ‘오늘은 종편 뉴스에 무엇이 나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베끼고, 쫓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존심도 버렸고, 자랑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도 잊었다.… 지난 수년간 청와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숨기고, 모른 체하고, 무시하다 마지못해 면피하기, 물타기’로 일관해 온 그대들만의 ‘언론 자유’, 그대들만의 ‘공정 방송’이 가져온 작금의 결과에 만족하는가?”

 

「언론이길 포기한 결과, 이제 만족하는가.」(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성명서)

 

“사측은 이제 만족하는가. ‘회사를 위한다’며 후배 기자들에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자기 검열해가며 ‘땡박뉴스’, ‘대한늬우스’ 만들어 박근혜 어전에 바치도록 한 결과에 말이다. ‘회사를 위한다’며 대주주와 경영진은 끊임없이 보도에 개입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갉아먹고 온갖 출입처에서 기자들을 취재 대신 로비스트로 내몰아 온 결과에 말이다. ‘회사를 위한다’며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해 자초한 오늘의 이 치욕적인 현실에 말이다. 어제 JTBC 보도는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망선고인 동시에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했던 모든 언론에 대한 파산선고이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말하는 것’이 본연의 사명인 언론인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말씀일 것입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이 아니라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마태 10,28)하는 마음으로,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진실을 밝히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 헌신할 때에만, 비로소 언론인은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불의한 정치권력으로 말미암아 국민이 고통을 받을 때에, 자의든 타의든 부패한 언론권력이 충견 역할을 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철저하게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 매체를 통하여 여론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려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고질적인 악습”(가톨릭 사회교리, 2499항)이 대한민국을 오염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는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부터 시작해 언론의 자유와 공정을 수호하려는 언론인들의 위대한 투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롭게 이 역사를 이어가야 합니다. 이 땅의 모든 언론인들이 불의한 권력과 탐욕스런 자본의 후견인이 아니라, 언제나 진실하고 정의와 사랑을 지키며 완전함으로써(사회 매체 교령, 5항 참조) 참 언론인으로서 거듭 태어나기를 기원합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6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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