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님과 함께하는 월례교육] 『계시 헌장』 : 성경의 영감과 그 해석 지난 외침 10월호에서 성경의 역할에 대하여 잠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인간의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교회 안에서 거룩한 ‘계시’의 진리를 전하는 증인으로서 특별한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11월호에서는 성경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경이 지니는 특성과 성경의 해석에 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룰 것입니다. ‘계시헌장’ 3장은 이와 관련한 교회의 근본적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습니다. ‘계시헌장’ 11항은 9항에 이어서 - 성경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다는 교회 전체의 증언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보내는 서간에서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 유익”(2티모 3,16)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기 교회의 교부들은 ‘성경’을 성령의 영감이 불어넣어진 작품(책)이라 하여, ‘성스러운’ 혹은 ‘거룩한 기록’이라고 불렀습니다. 성경이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다는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성경 저자들에게 직접 성경의 내용을 알려 주셨다거나, 그들에게 태초부터 예수 그리스도와 초대 교회에 이르는 역사를 실제 사실에 입각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받아쓰도록’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알려주고자 하신 거룩하고 참된 진리, 즉 성경 저자들이 인간의 언어를 통하여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 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성령을 통하여 그들의 마음을 비추시고 그들의 생각과 의지를 인도하십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내쉬시고’ 저자들에게 ‘불어넣어’ 주신 거룩한 말씀입니다. 성경은 인간이 기록한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책이기에 언제나 거룩하고 진실합니다. 동시에 성경은 다분히 인간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성경 본문을 직접 손으로 작성하고 편집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을 저술하기 위하여 그들을 선택하시어, 그들 안에서 또 그들을 통하여 활동하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구원의 진리를 전달하도록 하셨습니다. 성경 저자들은 당시의 문학 유형들을 이용하여 하느님 말씀을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진리는 [성경] 본문에서 역사적, 예언적, 시적 양식 또는 다른 화법 등 여러 양식으로 각각 다르게 제시되고 표현”(12항)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성경의 각 권마다 시대적 배경, 문체, 어법, 중심 사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혹여나 ‘말씀’ 자체는 하느님의 입으로부터 나왔고 단순히 인간의 손을 빌려 기록되었다고 이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기록할 내용을 직접 불러주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접근방법에 따라 성경을 읽을 때, 성경에는 오류가 전혀 없으며 성경 안에 나오는 모든 기록을 과학적이고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받게 됩니다. 성경의 기록과 사건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에게 사실보다는 ‘진실’을 전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사실 혹은 거짓을 밝히고자 하는 현대 과학의 접근방법과는 다릅니다. 창세기 1-3장에 나오는 천지창조, 아담과 하와, 첫 조상의 범죄와 추방에 관한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을 보도하기 위한 보고서도, 지구의 생태계를 탐구한 과학 보고서도 아닙니다. 창조주 하느님과 세상, 그리고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을 통한 신학적 진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왜 성경 해석이 필요한가요? 하느님께서는 성경 안에서 “인간을 통하여 인간의 방식으로 말씀”(12항)하십니다. “영원한 지혜의 놀라운 ‘자기낮춤’”(13항)을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분께서 인간에게 전달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경 안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유와 상징들, 그리고 다양한 문학적 표현들은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올바른 ‘성경 해석’은 성경 저자들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성경 안에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12항 참조). 여기서 다시금 성경은 인간이 기록한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는 글의 모음이라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은 본질적으로 사회·문화적 산물로서 당시의 문학형태를 빌려 작성되었습니다. 만약 수신자가 저자와 동일한 사회 · 문화적 배경 안에 있다면, 저자의 글을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해석’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메시지가 저자와 사회 · 문화적 배경을 달리한다면 ‘해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본문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 저자들이 살았던 시대와 문화, 그리고 당시의 문학유형과 표현 · 서술 방식에 대하여 이해할 때, 성경 본문에 담긴 의미, 다시 말해 성경저자들의 진술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령을 따라 성경을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은 책이므로,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12항 참조). 이는 ‘계시헌장’이 강조하는 가톨릭 성경 해석의 핵심 원리입니다. 성경에 담긴 말씀들이 죽은 문자로 머물지 않으려면,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 성경을 깨닫도록 인간의 마음을 열어주셔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8. 111항 참조). 계시헌장은 성경에 영감을 주신 성령을 따르는 성경해석을 위해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12항; 가톨릭교회교리서 112-114항). 1) 우선 성경 전체의 내용과 단일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의 전체입니다. 성경을 구성하는 책들이 아무리 다양할지라도, 하느님 계획과 그분 계시의 단일성 때문에 성경은 실제로 ‘하나’입니다. 하나의 복음서 또는 어떤 부분을 전체에서 분리해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성경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리하십니다. 2) 성경은 ‘전체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 즉 성전(聖傳)에 따라 읽어야 합니다. 수많은 교부들과 교회 학자들은 성경 본문이 전하는 의미들을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이들이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였는가, 다시 말해 거룩한 교회의 경험들을 아는 것은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3) 마지막으로 “신앙의 유비(類比)”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도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들의 생애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성경 해석’입니다. 성 그레고리오의 말씀처럼 “선한 이들의 삶은 살아 있는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는 하나의 살아있는 복음서 해설입니다. [외침, 2016년 1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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