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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헌법 정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2 조회수3,550 추천수1

[사회교리 아카데미] 헌법 정신


정치 권위의 주체는 국민 전체

 

 

국민이 대통령을 낳고, 대통령은 국민을 섬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입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의 대통령 취임 선서문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낳고, 대통령은 자신을 낳아준 국민 앞에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 때에 비로소 헌법의 고귀한 가치는 수호됩니다.

 

이른바 대통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아 온 나라가 망신창이가 된 지금, 국민의 뜻은 분명합니다. 대통령 지지율 4%,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연일 전국에서 타오르는 수백만 촛불들. 비뚤어진 자식을 낳고 후회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국민은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낳은 대통령은 꿈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죄과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전가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고결한 대통령 선서를 스스로 폐기하고 국민과 맞서고 있습니다. 패륜입니다.

 

 

세상을 엎어라!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대통령과 그에 기대어 한 줌 권력을 탐닉하는 기회주의 정치인들로 말미암아 혼돈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루카 19,45-28)을 떠올립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성전, 곧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거룩한 곳, 모든 이가 더불어 살아야 할 삶의 터전을 자신의 안마당으로 만들어버린 강도들, 곧 권력자들과 장사치들을 내치십시다. 예수님의 성전 정화 이전에,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강생의 신비 자체가 하느님께서 만드시고 머무시기에 거룩한 성전인 세상, 그러나 불의를 일삼는 소수에 의해 다수가 고통당하는 추악한 세상의 정화 사건입니다.

 

세상을 정화하러 오신 주님께서 당신의 성전인 이 세상에 우리를 보내십니다.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기 위해 가난하고 약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하나 되라고, 세상을 원래의 모습대로 당신과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기도하는 곳으로, 당신의 뜻이 온전히 실현되는 거룩한 땅으로 만들라고 보잘것없는 우리를 보내십니다. 나눔과 섬김, 평화와 정의가 넘치는 거룩한 성전인 세상을 탐욕과 독점이 난무하는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놓고, 이 소굴의 법칙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라고 우리를 보내십니다.

 

 

국민이여, 불의한 대통령을 지체 없이 탄핵하라!

 

세상 정화의 소명은 현실 정치 영역에서 국민에 의한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심판과 교체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정치 권위의 주체는 주권을 지닌 이들로 간주되는 국민 전체입니다. 다양한 형태로, 국민은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주권의 행사를 위임하지만, 통치 임무를 맡은 이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그들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바꿈으로써 이러한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은 보존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395항).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의 정신과 일치합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11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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