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정경유착
‘공동선’ 위해 가치 만드는 좋은 기업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최순실도 가능”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정경유착 청문회다. 여기 앉아있는 그룹 총수들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능력 때문에 지금 위치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 아버지 덕분에 지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죄를 져서 감옥에 갔다 왔거나 기소 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은 전과자들이 한국경제를 이끈다는 이 사실이 한국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들은 이들을 최순실 게이트 공범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은 공범이 아니고 주범이다.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최순실도 가능한 것이다.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정경유착을 못 끊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산과 경영권을 세금 안내고 세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 탐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아마 여기 온 분들의 자손은 20~30년 후에 또 감옥에 가거나 이런 자리에 나올 것이다. 그런 일이 정말 벌어진다면 그것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마태 19,21) 부패한 정치권력과 탐욕스런 경제권력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죄악의 연대’(화해와 참회, 16항 참조)를 이루어 공동선을 유린하는 추악한 역사가 이어진 오늘, 영원한 생명을 찾는 부자 청년(마태 19,16 참조)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준엄한 명령으로 다가옵니다. 나름 계명에 충실하다고 자부하던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마태 19,20) 예수님께서 이르십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그러자 움켜쥔 것을 내놓을 수 없었던 부자 청년은 영원한 생명의 길을 포기하고 탐욕스런 죽음의 길로 나아갑니다(마태 19,22 참조).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는 ‘좋은’ 기업 경제적 관점에서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톨릭사회교리는 단지 “이익의 효율적인 달성”을 성공으로 삼는 “기업”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좋은 기업”(DOCAT, 187항)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좋은 기업은 “유용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함으로써 사회의 공동선에 이바지할 능력을 갖추어야”(간추린 사회 교리, 338항) 하며, 일부 사람의 개인적인 이익만을 만족시키는 조직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유익해야 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339항 참조). 또한 좋은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활동의 시작과 과정과 목적의 중심에서 공정하고 인간적이고, 사회적이고, 환경을 의식하며 행동”(DOCAT, 187항)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는 “주어진 권력과 재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행위로서 사회를 내부로부터 파괴하는 암 덩어리”인 “뇌물, 횡령, 권력 남용, 관직 비호”(DOCAT, 194항)등의 부패와 단호하게 갈라서야 합니다. 온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수치스러운 민낯을 드러내야만 했던 재벌 총수들이 앞으로 과연 ‘내어놓은’과 ‘움켜쥠’ 사이에서, ‘함께’와 ‘홀로’ 사이에서, ‘청렴’과 ‘부패’ 사이에서, ‘살림’과 ‘죽임’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우리 모두 똑바로 깨어 지켜보아야 합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18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