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신부님과 함께하는 월례교육] 「계시헌장」 -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외침」 12월호에서는 지난 11월호에 이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전하는 ‘성경’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계시헌장 4장과 5장은 각각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대하여, 이어서 6장은 교회생활 안에서 차지하는 성경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의회의 교부들은 성체 뿐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 역시 공경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교회의 영적 생명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26항 참조). 구약성경이란? ‘구약성경’이란 (그리스도인들의 표현으로써) 신약성경 시기 이전에 씌여진 성경을 말합니다. 여기서 ‘구약’(舊約, 묵은 계약/옛 계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맺으신 ‘신약’(新約, 새로운 계약[루카 22,20; 1코린 11,25 참조])과 서로 비교됩니다. 46권으로 이루어진 구약성경은 크게 네 부류, 곧 모세오경, 역사서(신명기계 역사서, 역대기계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그리고 예언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위한 구원 계획을 준비하셨고, 이를 완성하기 위하여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뽑으셨습니다.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셨고(창세 15,18 참조), 모세를 파견하시어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셨습니다(탈출 24,8 참조). 이를 통하여 당신 백성들에게 참되고 살아계신 한 분 하느님으로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14항 참조). 하느님의 구원 약속과 선택, 그리고 계약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관계는 구약성경의 주요 주제입니다. 구약성경은 왜 읽어야 하나요? 구약성경은(신약성경과 똑같이) “하느님의 참된 말씀”(Verum Dei Verbum)으로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만백성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습니다(14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인간 구원을 약속하셨고, 당신의 의롭고 자비로운 뜻을 드러내 보이심으로써 하느님 백성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15항 참조). 이러한 구약의 ‘하느님 말씀’은 역사를 통해 지속되며,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계시의 완성으로써 폐지되지 않는 영구적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공의회는 구약성경을 “하느님의 참된 말씀”으로 인정하며(증거 : 구약성경 독서를 배정하는 쇄신된 독서규정, 제1독서 후 응답송, 시간경의 시편기도), 구약성경의 가치를 폄하하였던 주장들(마르키온, 영지주의, 마니교)를 거부하였습니다. 신약성경이란? 구약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책이라면, 신약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책입니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 의지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되셨고, 그분의 피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인류와 ‘새로운’ 계약(루카 22,20; 1코린 11,25 참조)을 맺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계약을 “옛 계약”(Vetus Testamentum : 2코린 3,14)으로, 그리스도의 피로 맺은 계약을 “새 계약”(Novum Testamentum : 1코린 11,25)으로 표현하였습니다. 27권으로 이루어진 신약성경은 네 개의 복음서들과 사도행전, 바오로 사도와 다른 사도들의 편지들, 그리고 요한 묵시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신약의 책들은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활동, 가르침, 수난과 영광 받으심, 그리고 성령의 활동을 통한 교회의 탄생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4항 참조). 신약성경 뿐 아니라 성경 전체의 중심에는 복음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복음서는 “우리의 구원자,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으뜸가는 증언”(18항)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서가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위치는 전례에서 이루어지는 장엄한 복음선포를 통하여 공적으로 드러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7항 참조).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요? ‘옛 계약’이 ‘새 계약’으로 교체 혹은 폐기되었다거나 ‘구약’이 ‘신약’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구약과 신약 모두 참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신구약 성경에 영감을 주신 하느님은 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계시헌장 16항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복음 선포에 온전히 수용되고, 신약 안에서 그 완전한 의미를 얻고 드러내며(마태 5,17; 루카 24,27; 로마 16,25-26; 2코린 3,14-16 참조), 다른 한편으로 신약을 밝히고 설명해 준다.” 구약에서 약속된 것이 신약에서 성취되고 완성됩니다. 구약성경은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처음과 끝처럼 언제나 함께 짝을 이루며, 단일한 전체를 이룹니다. 구약은 신약의 기원 및 문화 · 종교적 환경이 구약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신약은 구약에서 시작된 하느님 구원 계획의 완성을 보여줍니다. 뿌리에서부터 이해하지 않으면, 그리스도 사건의 전체 과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누구도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구약성경을 씨앗으로 신약성경을 나무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이 지니고 있던 씨앗, 약속으로 존재하던 것을 완전히 꽃피운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박요한 영식 저, 「성서를 읽기 위하여」, p175). 성경은 어떤 말로 씌여졌나요? 우리말 성경은 원문이 아니라 번역본입니다. 구약성경은 대부분 히브리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일부 아람어로(다니 2,4-9,28; 에즈 4,8-6,18; 7,12-26; 예레 10,11, 그리고 창세 31,47의 두 낱말), 구약성경의 제2경전에 속하는 책들은 그리스어로 작성(토비아, 유딧, 지혜서, 집회서, 바룩, 마카베오 상하, 다니 3,24-90; 13장, 14장; 에즈 10,4-15; 24장)되었습니다. 신약성경은 모두 그리스어로 쓰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성경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었는데, 계시헌장 22항은 성경 번역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길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 하느님의 말씀을 어느 시대나 접할 수 있어야 하므로 어머니 마음으로 교회는 여러 나라 말로, 특히 성경 원문에서 적절하고 올바르게 번역하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가톨릭교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성경(2005년도 발간) 외에도 천주교와 개신교가 협력하여 번역 · 출간한 「공동 번역 성서」(1977)와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년을 맞이하여 발행한 기념 신약성서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외침, 2016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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