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불의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 :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
비복음적인 힘에 맞서라 ‘군주민수’(君舟民水), ‘역천자망’(逆天者亡), ‘노적성해’(露積成海) 대학교수들이 2016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택했습니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위에는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라는 뜻의 ‘역천자망’(逆天者亡)이 올랐습니다.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니, 이 역시 국민을 거스르는 지도자는 설 자리가 없음을 뜻합니다. 3위에는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가 올랐습니다. 이 세 가지 사자성어 모두, 그동안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선한 국민들이 불의한 권력자를 향한 준엄한 심판의 촛불을 들었던 작년 말의 역사적인 대장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 대한국민(大韓國民)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입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은 곧 대한국민(大韓國民)임을 온 누리에 천명한 참으로 가슴 벅찬 법조문입니다. 대한민국은 탐욕과 권력에 눈이 먼 소수의 대한국민이 아니라, 5000만 대한국민의 나라입니다. 분명 그러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드러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은 불의한 권력자들에 의해 농락당했습니다. 대다수의 선량한 대한국민들이 배제되고 밟히고 무시당함으로써 ‘대한국민의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수많은 대한국민들이 일어났습니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의 물음은 조국을 폄하하는 조롱이 아니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작은 대한민국’으로써 자신을 향한 질책의 소리요, 자랑스러운 조국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다짐의 외침입니다. 불의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 :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 정치공동체 안에서 행사되는 인간의 권위인 공권력과 하느님의 권위는 분명 구분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마태 22,21) 드려야 합니다. 따라서 “공권력과 함께 사회의 선익을 위해 이바지하는” 국민들은 “합법적 권위에 복종하고 공동선에 봉사하기 위해 정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면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239항). 하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인간의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유래하기에, 인간의 권위는 하느님의 선한 의지를 드러내는 한에서만 정당성을 인정받습니다. 따라서 공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협력은 “인격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선익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올바르게 질책할 권리와 때로는 의무까지 내포하고”(가톨릭교회교리서 2239항)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이나 기본 인권이나 복음의 가르침 등에 어긋날 때, 시민들은 양심적으로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습니다. 공권력의 요구가 올바른 양심의 요구에 어긋날 때, 공권력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복종과 정치 공동체에 대한 복종이 다르다는 데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으며”(가톨릭교회교리서 2242항),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하기”(사도 5,29) 때문입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8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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