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사회교리] (2) 주님 공현 대축일에 돌아보는 ‘나눔’의 의미
타인 위해 시간·노력 등 삶의 일부 내어주는 것 덕이: 신부님, 오늘이 교회력으로 주님 공현 대축일이네요. 띠노: 네, 주님께서 당신 모습을 공적으로 나타내 보이신 것을 경축하는 날이죠. 저는 동방박사들이 과연 주님께 드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시몬: 황금·유향·몰약, 이 세 가지를 선물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띠노: 네, 맞아요.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어요. 과연 무엇일까요?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멀리서 걸어왔다는 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덕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데요. 띠노: 그들이 한참을 걸어왔다는 것은, 곧 그들이 주님께 자신들의 ‘시간’을 포함한 삶도 함께 봉헌했다는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정한 선물이란, 그저 타인에게 물질적인 어떤 것만을 주는 것이 아닌, 시간과 노력을 포함한 나의 삶의 일부를 내어주는 데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를 통해 그 상대와 내가 인격적으로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겠죠. 시몬: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띠노: 선물이 어떤 특정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향할 때, 교회는 전통적으로 그것을 ‘나눔’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을 특징짓는 훌륭한 삶의 형태임을 가르쳐 왔습니다. 교회는 이 나눔을 언제나 우리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덕이: 주님 공현 대축일에서 그런 의미를 찾을 수 있군요. 띠노: 교회가 나눔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 다른 이의 요구와 필요들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며, 자기의 재물들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며, 정신적 가치로 충만한 세상을 지향해야 한다”(「지상의 평화」 35항)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시몬: 나눔에 이미 사회적 의미가 포함돼 있는 거군요. 띠노: 나눔은 단지 나에게 남는 어떤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동방박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의 일부를 우리와 공동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어 놓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교회는 특히 나눔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임을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오고 있습니다. 덕이: 의무라면 꼭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띠노: 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새로 나신 예수님 앞에 드려야 하는 ‘선물’은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의 결실인 ‘나눔’으로 실천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것이죠. 동방박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님께 드려야 할 우리의 재물은 내가 아닌, ‘나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가 이야기하는 ‘공동선의 원리’가 지켜지는 세상일 것입니다. * 민경일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시민사회학을 전공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8일, 지도 민경일 신부(서울대교구), 정리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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