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 사회교리] (8) 보조성의 원리
“도움 주되 억압하지 말라” 상하 질서 지키는 기본 원칙 덕이 : 사회교리를 기억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띠노 : 사회교리는 언제나 인간에서 출발하고 인간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선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공동선을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교회는 언제나 개인이 침해되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시몬 : 이 문제가 교구 같은 큰 공동체와 대리구, 지구 등과 같이 그보다 작은 하부 조직이나 공동체 사이에서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띠노 : 교회는 ‘보조성의 원리’로 이 관계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비오 11세 교황 회칙 「사십주년」에서는 “개인의 창의와 노력으로 완수될 수 있는 것을 개인에게서 빼앗아 사회에 맡길 수 없다는 것처럼, 한층 더 작은 하위의 조직체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더 큰 상위의 집단으로 옮기는 것은 불의고 중대한 해악이며, 올바른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회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체의 성원을 돕는 것이므로 그 성원들을 파괴하거나 흡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모든 상위 질서의 사회(조직)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해 도움의 자세(보조성), 따라서 지원과 증진, 발전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거죠. 덕이 : 중간 단체들은 고유 임무나 역할을 다른 상위 단체에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고 자기 임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는 거군요. 띠노 : 그렇습니다. 한 예로, 국가는 고유하게 국가에 속하고 오직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하고, 그보다 작은 단체들, 지방자치단체라든지 시민사회·단체들도 고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감독하기보다는 그들의 공간을 법적·제도적으로 열어주는 보조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시몬 : ‘보조성의 원리’는 사회 상위 권위의 힘 남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개인들과 중간 단체들이 자기 의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상위 권위들이 도와야 한다는 거군요. 띠노 : 맞아요. 반면 모든 사람들과 중간 단체들은 공동체에 나름대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이처럼 공동선의 원리와 보조성의 원리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사회교리의 원리들만 잘 엮어 봐도 오늘날 우리 사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좀 더 복음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26일, 지도 민경일 신부(아우구스티노 · 서울대교구), 정리 서상덕 ·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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