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신부의 교리산책] 파스카에 담긴 뜻 파스카(Pascha)란 ‘통과하다’ 또는 ‘거르고 넘어가다’는 뜻의 히브리어 ‘페사흐’에서 유래된 말로,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로 해방되는 출애굽 사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기원전 1230년경,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잡아두려는 파라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모세는 열 가지 재앙을 기적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은 주님께서 직접 행하셨습니다. 그것은 사람은 물론 가축들까지 모든 맏이를 죽이는 재앙이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라 놓았습니다. 그래서 피가 발린 집은 건너뛰고 나머지 집은 모두 재앙을 당했습니다.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른 피를 보시면, 그 문은 거르고 지나가시고”(탈출 12,23)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해마다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여 ‘파스카 축제’를 지켰습니다.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역사상 유다이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입니다. 이스라엘 역사에 하느님이 직접 개입하시고 그 결과 자유를 얻은 이 사건은 이스라엘 신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구원 행위에 감명받은 그들은 이 특별한 축제를 통해 그 사건을 기념하고 대대로 자손에게 그 의미를 전했습니다. 유다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생명을 걸고서라도 파스카 축제를 지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이집트에서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 역시 이 파스카의 축제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마태 26,18) 예수님께서는 이 만찬을 통해 당신의 모든 것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수난의 길로 들어서십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는 죄의 노예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2017년 2월 26일 연중 제8주일 서울주보 4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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