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 사회교리] (10) 연대성 원리
‘남을 위해 나를 내놓다’ 악을 물리치는 형제애 띠노 : 앞서 ‘참여’에 대해 얘기했었죠. 참여는 공동선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뜻을 가지고 참여하기보다는 ‘함께함’을 이룰 때 그 참다운 의미가 이뤄집니다. ‘함께함’을 사회교리에서는 ‘연대’라고 하며 사회교리의 마지막 원리인 ‘연대성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덕이 : 연대라면 힘을 모은다는 의미인가요. 띠노 : 그저 약한 이들끼리 힘을 모아 더 강한 힘을 만들어내는 정도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연대는 사회구조적인 악을 물리치는 원동력이라는 겁니다. 시몬 : 그런 부분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요. 띠노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는, 죄의 구조라는 틀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우리를 괴롭히는 세계를 만들어내는 원인들로 사회-정치적 분석에서 말하는 이기심, 단견, 정치적 오산, 현명치 못한 경제적 결정 등을 신앙-윤리적으로 ‘죄’와 ‘죄의 구조(structures of sins)’라는 틀로 해석합니다. 특히 이웃에 대한 십계명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하느님을 상심시켜드리고 이웃을 해하는 것이라는 점, 이 배후에는 돈, 계급, 기술 공학, 이데올로기 등의 우상 숭배가 자리한다고 말합니다. 덕이 : 이기심이나 오산 등 일상에서 범하기 쉬운 죄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띠노 : 그렇습니다. 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신적인 자세’를 바꾸려는 결정, 용기가 필요합니다. 윤리적으로는 (죄에서, 죄의 구조에서 벗어나는 태도의 전환이므로) 회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 삶 안에서, 특히나 모든 인간이 서로 연관을 맺고 살아가는 오늘의 사회 안에서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결의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연대성을 의미합니다. 시몬 : 연대성이란 막연한 동정심이나 피상적인 근심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군요. 띠노 : 모두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모두의 선익과 개인의 선익에 투신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익에 대한 욕망과 권력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이웃의 선익에 투신하고 복음 말씀대로 남을 위하여 ‘자신을 잃는’ 각오로 임하는 것이 연대성의 핵심입니다. 덕이 : 연대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박애’라는 말입니다. 띠노 : 프랑스 시민혁명의 3대 정신에서 자유, 평등과 함께 일컬어지는 말이죠. 이 정신은 프랑스어로 Liberte, egalite, fraternite라 합니다. 앞 두 단어는 ‘자유’와 ‘평등’으로 번역되는 게 맞지만 마지막 단어는 라틴어 fraternitas에서 나온 말로 ‘박애’와는 성격이 좀 달라요. 오히려 ‘형제애’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해요. 영어로 번역할 때에도 fraternity나 brotherhood로 합니다. 단지 누구나 사랑하겠다는 ‘박애’보다는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임을 깨닫고, 정의의 정신 안에서 공동선에 투신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형제애이고 연대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집단적 이기심 때문에 이렇게 됐다면, 이제는 반대로 모두가 서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고 새로운 ‘사회적 사랑’을, 연대를 통해 어려움들을 극복하기를 다짐해보는 건 어떨까요. * 지도 민경일 신부(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 민경일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시민사회학을 전공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12일, 지도 민경일 신부(아우구스티노 · 서울대교구), 정리 서상덕 ·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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