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부와 함께 읽는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Ducat)』
제2장 함께 할 때 우리는 강하다 시속 70Km로 맹렬하게 쫓아오는 굶주린 야생 곰을 피하려면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할까요? 누군가의 답은 이렇습니다. "옆 사람보다 빨리 뛰면 된다." 엄청난 힘과 속도, 높은 지능과 인내심에 나무도 잘 타고 수영도 잘하는 곰을 한 사람의 힘으로 감당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나보다 느린 옆 사람이 곰에게 먹히는 동안 홀로 줄행랑을 치는 게 더 현실적이겠지요. 이것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사회 변화 앞에서 많은 이들이 택한 길이기도 합니다. ‘너는 죽더라도 나만은 살아야겠다!’는 속내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지요. 옆 사람을 다 먹어치운 곰이 언젠가는 나를 노리게 될 뿐 아니라, 곰이 꼭 끝자리에 처진 사람만 먹이로 삼지는 않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 뒤쳐질까 노심초사하는 우리도 앞선 자리를 잠시 차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도 영원한 승자의 자리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만, 내 가족만이라도 앞서 나가길 바라는 것보다는 거센 변화의 격랑을 함께 이겨가는 것이 참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쫓아오는 곰에게 옆 사람을 먹이로 던져주는 것보다는 여럿이 곰과 맞서거나 곰을 길들일 방법을 찾는 편이 더 나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두캣』 제2장이 설명하는 것처럼, 교회의 사회교리는 인간을 파괴하는 경제라는 괴물 앞에서 함께 사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교회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과 이루는 일치 그리고 모든 인간이 서로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교회 헌장」 1항 참조)이기 때문에, 주님의 모범에 따라 이 시대의 무기력한 이, 희생된 이, 가난한 이들과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연대는 비단 가톨릭 신앙인뿐만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것입니다(『두캣』 35항).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18)고 하신 하느님 말씀을 따르려는 교회의 가르침이 사회교리인 것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업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 있던 일자리들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가축의 노동력을 증기기관이 대신하게 된 1차 산업혁명부터 여태까지 나타난 일관된 현상은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될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굶주린 곰처럼 무서운 재앙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몰고 오는 4차 산업혁명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까요. “함께 할 때 우리는 강하다.”는 『두캣』 제2장의 제목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2017년 3월 12일 사순 제2주일 대구주보 3면, 박용욱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