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줌월트’ 제주 배치는 범죄며 약탈
진정한 ‘평화의 섬’을 희망합니다 1910년 일제가 우리를 약탈하고 강점했다지만, 그 전부터 우리의 말과 글, 삶과 옥토를 앗아갈 준비를 해왔고 이는 중국 대륙을 향한 교두보였습니다. 그 즈음 제주는 거대한 군 기지로 변했고 현재도 제주 곳곳엔 그 잔재들이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처참한 전쟁기지로 활용된 제주는 일제가 떠나도 평화의 섬이 되지 못했습니다. 1945년 8월 일제가 나가고 잠시 숨을 고른 제주는 1947년 3·1 기념일에 관덕정에 모였습니다. 이날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수탈했던 친일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사건 이후 일제가 떠난 자리를 꿰찼던 미 제국은 급기야 제주를 ‘빨갱이 섬’(Red Island)으로 규정하며 군·경을 동원, 폭력 진압하여 7년여 동안 수만 명을 학살했습니다. 이후 아름다운 섬, 제주는 슬픔을 가슴에 묻는 ‘죽음의 섬’이 되었고 빨갱이 낙인이 두려워 진실을 말 못하는 통한(痛恨)의 섬으로 자리매김 된 것이 이른바 ‘4·3’ 비극입니다. 이 한(恨)의 섬, 제주에 10년 전, 귀를 의심할,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는 미 제국이 1947년 ‘4월 3일’ 사건이 발생할 때, 제주를 이미 ‘빨갱이 섬’으로 규정할 때, 제주를 영구 지배하려는 속셈이었음이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선한 사람들은 해군기지의 부당함과 미 제국의 ‘무기판매를 통한 자국의 경기부양’의 속셈을 폭로하며 평화정착을 위해 혼신을 다해 저항했으나 해군기지는 강정에 똬리를 틀었습니다. 지금 제주는 동아시아의 긴장과 일·미 두 제국의 이해관계의 포로가 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또 날벼락 같은 소식은, 미국이 한국에게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Zumwalt·DDG-1000)’의 강정 배치를 제안한 것입니다. 늘 그런 것처럼 이는 형식 절차이며 이미 배치가 기정사실이란 점을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점령지를 관리하는 미국, 그 이해관계에 있는 정부 관리들은 이를 “약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10년 전 해군기지 유치 투표가 날치기이고 그렇게 유치된 해군기지는 “제2의 4·3사건”이며 주민들을 “약탈”하는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한·미 권력의 폭력이며 강도짓이며 극악무도한 범죄이지요. 약탈당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교회는 일찍이 ‘경제적으로 더욱 발전한 국가들이 고도의 정신적 능력과 경제적 자원들을 모아 거대한 규모의 전쟁 무기들을 만들고 계속 그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런 일’(「지상의 평화」 109항)임을 밝혔고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개별 인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간추린 사회교리」 52항)하므로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 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복음의 기쁨」 183항) 했습니다. 분명히 ‘지속적으로 무기를 생산하고 개발하는 한, 평화로운 미래는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베네딕토 16세. 2006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70번째 4·3의 봄을 맞고 있는 제주, 아파도 아픔을 말 못하는, 그래서 더 아픈 ‘속울음’은 노란 유채꽃 향기입니다. 이 향기와 함께 ‘평화의 연대투쟁’을 해야 합니다. ‘연대는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이 속한 사회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인식을 키워줍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95항)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하느님을 외면하는 것이며 ‘우린 모두 한 몸의 지체입니다.’(1고린 12)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2일,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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