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신부의 교리산책] 방사, 축복, 축성의 차이는? 신부님! 이 묵주를 ‘방사해 주세요’, ‘축복해 주세요’ 또는 ‘축성해 주세요’ 어떤 표현이 정확한 것인가요? 정답은 ‘축복해 주세요.’입니다. 예전에는 십자고상이나 묵주, 패와 메달 등을 축복할 때에 방사(放辭)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은혜를 베풀다’ 또는 ‘성물에 축복하는 말씀을 놓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영신적인 유익을 위해서 성별된 물건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축복’(祝福)이라는 말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축복이란 베네딕시오(benedictio)라는 라틴어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즉 ‘좋은’(bene)과 ‘말’(dictio)의 합성어로 ‘좋은 말’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좋은 말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말입니다. 축복의 대상에는 사람과 사물이 모두 포함됩니다. 즉 주님의 은총이 머물기 원하는 사람, 교우들의 다양한 세속 활동을 위한 건물, 즉 새집, 사무실, 공장, 가게, 학교, 병원 등과 자동차나 전례에 사용되는 감실, 십자가, 공적으로 전시할 성화상 등에 축복합니다. 또한, 교우들의 신심 생활을 돕는 묵주, 스카풀라, 성모상, 성인상 등에 행합니다. “주님의 복이 집 안에 있는 것이든 들에 있는 것이든 그의 모든 재산 위에 미쳤다.”(창세 39,5) 반면에 축성(祝聖)은 콘세크라시오(consecratio)라는 라틴어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함께’(con)와 ‘거룩함’(sacratio)이 결합되어 ‘거룩함이 함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축성은 하느님께 봉헌되어 온전히 거룩하게 구별되는 사람이나 사물들에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미사 거행에서 봉헌된 빵과 포도주가 감사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 것을 ‘축성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그리고 처음 성당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할 때 교구장은 제대를 기름과 기도로 축성합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성직자에 오르는 서품이 바로 축성식입니다. 그래서 성직자들은 온전히 하느님에게 속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축성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이나 물건들이 축성을 통하여 영원히 하느님께 속하도록, 오직 하느님을 위해 쓰이도록 구별시키는 거룩한 행위인 것입니다. [2017년 5월 21일 부활 제6주일 서울주보 5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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