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4장 ‘교회의 사회교리 원리들’을 중심으로 ‘보조성의 원리’와 ‘연대성의 원리’ 「새로운 사태」(1891)라는 첫 사회 회칙이 나온 이래, 교회의 사회교리에서 보조성의 원리는 사회조직의 성장과, 진정한 인간 공동체의 기초 형성을 위한 가장 지속적이고 특징적인 지침들 가운데 하나이다. 보조성의 원리를 설명하자면, “개인의 창의와 노력으로 완수될 수 있는 것을 개인에게서 빼앗아 사회에 맡길 수 없는 것처럼, 한층 더 작은 하위의 조직체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더 큰 상위의 집단으로 옮기는 것은 불의이고 중대한 해악이며, 올바른 사회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다. 모든 사회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체의 성원을 돕는 것이므로 그 성원들을 파괴하거나 흡수해서는 안 된다”(「사십주년」, 35항)는 의미이다. 이러한 원리를 따른다는 것은 모든 상위 질서의 사회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하여 도움의 자세(보조성)로 지원과 증진과 발전의 자세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사회의 상위 권력의 남용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개인들과 중간 단체들이 자신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상위 권력이 도와주도록 하며, 민주화나 평등의 미명 아래 보조성을 제한한다면 자유와 창의의 정신이 제약을 받거나 훼손될 수 있음을 가르친다. 따라서 보조성의 원리는 특정 형태의 중앙집권화와 관료적 복지 지원을 반대하고 또 공적 기능에 대한 국가의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을 반대한다. 이 원리는 역사적으로 유교문화와 전체주의, 군사문화에 영향을 받은 한국사회의 경우 ‘윗사람’인 상위 권력이 시키는 대로, 지시하는 대로, 명령하는 대로 수행해야 했던 상위 권력의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으로부터 작은 조직체의 자유와 창의성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교회의 본당 조직 또한 상위 조직이 작은 조직체나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파괴하거나 흡수해서는 안 된다. 연대성은 인간의 타고난 사회적 본성이며,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과 권리, 그리고 형제적 일치를 향한 개인과 민족의 공동노선을 특별히 강조하는 ‘사회원리’이며 ‘도덕 덕목’이다. 연대성의 가치는 사회제도와 질서를 결정하는 도덕적 덕목에 있기 때문에 개개인과 민족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죄의 구조’를 극복하도록 법과 시장의 법칙, 사법체계를 개정하여 연대성의 구조로 정화하고 전환하게 한다. 연대성이 도덕 덕목 가운데 하나인 이유는 가깝든 멀든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서 막연한 동정심 내지 피상적인 근심을 느끼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 항구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만인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에 투신함을 뜻한다(「사회적 관심」, 38항). 이러한 연대성의 원리는, 모든 인간과 사회집단이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를 통해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참여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려는 인간 자유의 필요성을 집약적으로 나타낸다. 더 좋은 인간 생활 조건을 향해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과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인식으로 개인의 이해나 특정 이해를 넘어 ‘이웃의 선익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다. 무엇보다도 연대성의 원리는 보조성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보조성 또한 연대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연대가 없는 보조성은 집단이기주의로 빠질 수 있으며 보조성이 없는 연대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는 온정적 사회원조로 흐르게 된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를 돕는 국제원조사업에 있어서, 증여자의 의도가 어떠하든 때때로 사람들을 의존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고, 역설적이게도 원조를 받는 국가의 능동적 발전을 억압하는 착취 상태를 강화할 수 있다. 개발 원조를 받는 나라들의 가장 절실하고 소중한 자원은 물질이 아닌 인적 자원이다. 최빈국들의 진정한 자율적 미래를 보장하려면 실물 자본인 인적 자본을 축적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진리안의 사랑」, 58항).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의 사랑을 받아야 할 이웃은 언제나 ‘사회 안에’ 있기 때문에, 이웃을 구체적으로 사랑하고 궁핍하고 곤궁한 이웃을 도와주는 것은, 개인 간의 관계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가난이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과 전세계적 차원의 문제일 때, 의심할 여지없이 사랑의 행위와 자비의 행위를 통하여 바로 지금 여기, 자기 이웃의 실재적이고 절박한 필요에 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웃들이 가난에 빠지지 않는 사회를 구성하고 조직하고자 애쓰는 사랑의 행위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08항). [외침, 2017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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