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5장 ‘사회의 기본 세포인 가정’을 중심으로 가정으로서의 사회, 사회로서의 가정 최근 들어 아동학대와 유아살해로 이어지는 사건소식을 끊임없이 접하면, 그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가 오늘날의 ‘가정’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교회의 사회교리는 인간사회의 시작인 가정의 중요성을 첫 번째로 강조하게 된다. 가정은 인간의 생명과 사랑이 가정의 요람 안에서 태어나 자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가정은 임신을 통해 자신의 심오한 내면에서부터 다른 인격체와 친교를 이루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어 주도록 부름 받은 ‘새인간’을 선물로 받는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능력을 기를 수 있고, 자신의 존엄성을 의식할 수 있으며, 반복될 수 없는 자신의 유일한 운명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가정이다(「백주년」, 39항). 따라서 인간은 가족 구성원들을 결합시키는 자연스러운 애정의 분위기 안에서 자신의 인간됨을 온전히 인식함으로써 이에 대한 책임을 배우게 된다. 가정 안에서 개인은 언제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이러한 토대 위에 세워진 사회는 개인주의나 집단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좋은 보증이다. 따라서 가정은 사회나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역할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기 때문에 가정이 사회나 국가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가정을 위한 보조성의 원리를 준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정의 토대는 혼인을 통하여 서로 결합될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 의존하는 혼인 제도의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는 데 있다. 혼인의 특성은 부부가 자신의 모든 인격적, 육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전체성, 부부를 ‘한 몸’이 되게 하는 일치, 상호 간의 확고한 자기 증여에 필요한 불가해소성과 충실성, 그리고 혼인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자녀 출산이다. 혼인은 부부의 출산만을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를 몹시 바라지만 부부 생활을 통해서 자녀를 얻을 수 없을 때에도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친교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경우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하거나 타인에게 필요한 봉사를 함으로써 그들의 헌신을 드러낼 수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379항). 무엇보다도 혼인성사의 성사성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신부인 교회에 보여주시는 사랑, 십자가의 봉헌으로 완성에 이르는 사랑이다.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는 징표이며 도구인 성사로서의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으로 맺어지는 계약이기에, 부부와 부모에게 주어진 사명을 실천함으로써 가정을 하느님 나라인 ‘가정 교회’ 또는 ‘작은 교회’로 만드는 성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은 사랑 때문에 창조되었으며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남자와 여자인 두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고 온전히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드러나는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 단순한 성적인 표현으로 격하될 수 없다. 하지만 점점 사랑에 대한 상대주의적 경향을 강조하며 사랑과 성 경험 자체를 경시하고 사랑의 찰나적이며 쾌락적인 측면만을 치켜세움으로써 근본적인 성과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왜곡하는 사회문제는 심각하다. 따라서 부부 사랑과 성의 진리가 ‘일치와 충실성’을 바탕으로 서로가 자신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내어 주는 데에 있음을 선포하고 증언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현대사회에 위기를 겪고 있는 혼인 유대의 지속성과 불가해소성은 당사자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가정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측면들을 고려함으로써 가정을 보호하고 증진할 책임은 사회 전체에 있다. 교회는 이혼한 뒤 재혼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영성 생활에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 격려해 주며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생명의 지성소인 가정에서 생명 존엄에 대한 폭행과 모독이 이루어지는 불임수술과 낙태, 피임과 관련된 모든 비도덕적 무질서의 유혹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의 배아 시술이나 과학연구, 복제를 통해 치료목적의 줄기세포로 추출하려는 시도 모두 인간 출산의 존엄을 위배하며, 인간 생명을 기술행위의 산물이 되게 하는 도덕적 심각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정은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친교가 꽃피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인정받고 존중 받으며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 자기완성을 발견하는 ‘거져줌’의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인간 공동체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자녀들에게 사랑으로 봉사함으로써 가정이 모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동선과 사회적 덕행을 실천하고 가르치는 최초의 공동체요, 학교가 되게 해야 한다. [외침, 2017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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