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부와 함께 읽는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Ducat)』
제8장 권력과 도덕 : 정치공동체 정치권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를 종종 경험합니다. 이런 질문들, 여러분도 들어보셨지요? 1. 첫 번째 태도 : “대(大)를 위해서 소(小)를 희생하는 게 도리 아닙니까? 나라 일에 따르지 않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무식하거나,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요?” 대답 : 가톨릭 사회교리는 인간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 사회 공동체, 끝으로 정치적 국가 조직의 순서로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두캣』 197항). 단체나 국가가 존재하는 까닭은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인간이 그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도록 돕는데 있습니다.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사람을 해치게 된다면, 그 정당성을 따져 묻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2. 두 번째 태도 : “저는 여태 국가로부터 뭘 받아 본 적도 없는 것 같고, 정치인들 일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나 정부가 하는 말을 못 믿겠습니다. 차라리 국가나 정치, 권력 같은 것이 없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 대답 : 사람마다, 단체마다 원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런 다양한 주장들을 좋은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사회가 제일 바람직하겠지요. 그런데 인간의 현실은 ‘좋은 마음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큰 일부 사람들에게 사회 전체가 끌려가지 않도록, 또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지 않도록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이 세상에 필요하지요. 국가는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사회에 질서 체제를 확립하고 보증하기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입니다(198항). 이렇듯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의 제8장은 정치와 국가의 존재 이유, 신앙인의 정치 참여의 근거와 필요성, 정치 판단의 기준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답을 줍니다. 그 중에서 특히 새겨들어야 할 것은 “정치 생활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이라는 가르침입니다(215항). 정치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들을 알고, 무엇보다 정치라는 것이 결국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정치 이야기로 속 시끄러울 일은 한결 줄어들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정치는 우리에게 매우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복음의 기쁨』 205항)여야 합니다. 정치를 빌미로 사람을 못살게 굴거나,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우선 『두캣』의 8장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201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대구주보 3면, 박용욱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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