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7장 ‘경제생활’을 중심으로 도덕적 경제생활 “부~자되세요!”나 “대~박 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 되는 오늘날의 현실은 경제적 부유함을 국가나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여기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유행어였다. 그러나 풍요로운 물질 재화를 소유하기 위한 사업이 잘되어 대박이 나고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생활을 하는 인간 노동의 최종목적일까? 성경에서 사치가 아닌 ‘풍요’는 때때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으로 간주되곤 한다. 그리고 부에 대한 예언자의 단죄는 인간이 소유한 물질 재화나 경제적 부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기나 고리대금, 착취로 잘못 사용하는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것이며, 개인의 부와 재화의 남용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불의가 될 수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비난받는 ‘부유한 사람’은 하느님보다 자신의 경제적 소유에 신뢰를 두며, 자기 손의 능력과 자신의 힘에만 신뢰를 두는 사람이다. 그러나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란, 하느님 앞에 자신의 가난함을 깨닫는 사람들로서 물질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재화의 첫 번째 주인은 하느님이시라는 창조질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소유보다 하느님께 신뢰를 두며 겸손하게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고 마음을 열어 ‘하느님의 선물인 재화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인간은 가난한 이들에게 정의를 베풀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며,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물질적 가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가장 연약한 이들이 비참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부름 받는다(「간추린 사회교리」, 325항). 따라서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화라도 언제나 창조주께서 부여하신 보편적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부정 축재는 창조주의 보편적 목적에 공공연히 위배됨으로 부도덕한 행위가 된다. 부에 대한 무절제한 집착과 부를 쌓아두려는 욕구에서 악이 드러나며, 자신을 위해서만 부를 소유하는 이는 죄를 짓는 것이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빚을 갚는 것과 같다(성 대 그레고리오). 교회의 사회교리는 경제의 도덕적 의미를 강조한다. 경제 질서와 도덕 질서가 서로 다르고 이질적인 것이어서 경제 질서가 도덕 질서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그릇된 것이다. 도덕성과 경제의 관계는 필수적이며, 사실상 본질적인 것으로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경제 사회 생활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그 온전한 소명, 사회 전체의 선익은 존중되고 증진되어야 한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고 목적이기 때문이다”(「사목헌장」, 63항). 인간 사회 경제의 목표는 경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선익이 그 목적이다. 교회는 경제활동으로 얻게 되는 부를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는 도덕적 요구를 통해 인간과 사회전체의 연대라는 근본 덕목을 실천 할 수 있도록 고무해야 한다. 인간의 온갖 이기적인 행위들로 모든 곳에서 빈곤과 저개발, 기근과 양극화를 낳고 영속시키는 경제적 ‘죄의 구조’가 발견되기 때문에 이러한 본질적 불의를 물리치기 위한 정의와 사랑의 정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32항). 자본주의의 자유시장은 재화와 용역, 생산과 분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지만, 시장경쟁을 통한 이윤추구가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유일한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정당화를 위한 원칙들은 시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에 있으며, 수단(재화)과 목적(인간)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세우려는 사회적 유용성과 공적 책임에 있다. 인간이 아닌 시장이 목적이 된 경제는 비인간적인 소외를 낳는 제도로 타락할 수 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시장을 우상화하는 위험에 직면하여 시장의 한계성을 강조하다. 따라서 국가와 공공당국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적절한 한계선을 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윤리적 도덕적 목표들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기업 활동을 지원하여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지만, 독점과 같은 차별과 불의의 상황이 발전을 지연하면 연대성의 원리로 충만하여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의 자율성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백주년」, 39항). 국가는 공적 활동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언제나 단호하고 꾸준하게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 경제생활의 공동선의 추구란, 경제적 부의 증대는 필연적으로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도 증대되기에, 사회적 경제적 진보에서 소외되어 왔거나 가장자리에 밀려나 혜택을 받지 못한 개인이나 저개발 국가들을 위하여 부를 재분배하여 격차를 좁히기 위한 연대의 도덕적 노력이다. [외침, 2017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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