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대화는 연대… 무기보다 강하다
남북 대화만이 한반도에 평화체제 구축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The Unended War). 1953년 7월 27일 휴전은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현재 남·북 관계가 악화된 것은 북·미 관계의 악화와 맥을 같이합니다. 북핵 문제의 시작을 김영삼 정부 때로 본다면, 이때 클린턴과 김영삼 두 지도자는 북핵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랐습니다. 오히려 클린턴 대통령이 북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고 ‘제네바 기본합의’가 그 증거입니다. 1994년 10월 21일의 ‘제네바 기본합의’는 “3개월 이내에 미·북의 수교를 위한 협상을 전제로 ‘북의 핵 활동 중단’을 약속”한 것입니다. 여기서 수교는 당연히 ‘군사적 공격’의 배제(排除·exclusion)를 의미하는 바, 수교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한다는 것은 외교적 상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길은 북·미 수교-대화-가 정답임을 서로 인식한 것입니다. 또한 이 수교는 당연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함을 의미합니다. 2007년 ‘10·4 선언’ 4항은 “남과 북은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함에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3자는 미, 중, 북이며 4자는 우리도 포함됩니다. 왜 3자 또는 4자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의 공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으로 우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10·4 선언’은 3자 또는 4자로 하여 한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법률적 당사자’의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매우 획기적이며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참여하게 지위를 만든 것은 결국 ‘대화’였던 것입니다. 대화는 다른 말로 연대입니다. 남과 북이 연대한 것입니다. 북·미 대화의 지속과 동시에 남·북 대화만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남북문제이며 동아시아, 세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대북 제재 결의안이 효과 없이, 오히려 북핵 능력이 고도화된 사실은 대화만이 평화의 길임을 의미합니다. ‘제네바 기본합의 23년, 2007년 10월 4일 남·북 공동선언 10년’입니다. “제네바 기본합의와 10·4 공동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닮은꼴”입니다. 정부가 사드를 배치하고 미사일 탄두의 무게를 강화하며 핵잠수함의 도입을 검토하는 등 군비확충 정책은 미국의 군수회사만 돕는 일입니다. 미국의 무기강매에 노(NO)해야 합니다. 북과의 대화에 먼저 나서는 것이 군비확충을 막는 길이며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대화를 통한 남북의 연대는 무기 보다 강하며 군사(무기)체계의 종속에서 해방되는 길입니다. 「사목헌장」 85항은 ‘거의 모든 민족이 독립했다 하지만, 과도한 불평등과 온갖 형태의 종속(從屬) 상태에서 이미 해방되고 국내적 난문제의 온갖 위험을 극복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고 합니다. 북이 응답이 없다고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화는 복음화의 길입니다.’(「복음의 기쁨」 238항)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2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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