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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10년 전 오늘, 사제단 결단 옳았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31 조회수4,074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10년 전 오늘, 사제단 결단 옳았다


이웃에 눈 감으면 주님도 볼 수 없어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김용철은 7년 동안 삼성의 고위직 임원이었고 2007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찾아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고백했습니다. 사제단은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권력의 엄청난 음모와 거액의 삼성 비밀자금 실상’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10년 전, 2007년 10월 29일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사제단은 왜? 삼성의 비자금 실상을 세상에 알렸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안다면 쉬운 일이 아닐 바, 무슨 배짱과 맷집으로 삼성과의 싸움(?)을 기꺼이 시작했을까요? 검찰, 언론, 국세청, 고위 공무원 등 삼성의 떡값을 받은 사람은 많았습니다. 삼성에 종사하고 삼성에 협력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들, 성실한 납세자들, 시민들, 우리 이웃들의 박탈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새삼스런 10년이 흘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는 중이지만 당시 거론된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사제단은 어두운 현실에 기자회견을 하며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수많은 삼성 종사자들의 값비싼 땀과 성실함에 비해 이건희 일가는 2% 정도의 지분으로 온갖 불법, 편법, 탈법으로 삼성을 지배하고 사회의 도덕 기준을 떨어뜨렸습니다.

 

“도덕성과 경제관계는 필수이며, 사실상 본질적입니다. 경제활동과 도덕행위는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도덕성과 경제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 두 영역을 분리할 필요는 없으며, 반대로 이 두 영역은 중요한 상호관계에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31항)

 

경제정의가 곧 사회정의란 말입니다.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이란, 2005년 전·현직 고위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수천, 수억 원의 뇌물과 대선자금 등을 건넨 사건입니다. 얼마 전에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메시지에 수신된 언론인 등의 충성맹세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삼성의 얼굴입니다. 10년 전 기자회견을 한, 사제단의 고뇌가 백 번 이해되는 증거들은 수두룩합니다. 며칠 전 차명계좌로 관리되던 이건희 회장의 자금 4조4000억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삼성과 관련되어 거명되는 사람들은 끄떡없이 고개 들고 활개 치며 공직을 마쳤습니다. 임채진(전 검찰총장), 이귀남(전 법무부장관), 이종백(전 국가청렴위원장), 이종찬(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전 국정원장), 황영기(전 우리금융지주회장),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조준웅)…. 이외에 공개되지 않은 명단에는 황교안 전 총리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10년 전, 교회마저 사제단을 향해 조소를 보냈습니다. 사제단은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비난과 공격과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어둠을 넘어섰습니다. 예수님은 늘 어둡고 불안한 곳을 찾으셨습니다. 불안하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눈감으면 십자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삶의 방식, 그것은 ‘불안한 이웃과 함께’라는 숙명입니다.

 

‘이웃에게 눈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기 때문’이며(「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6항) 감춰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입니다(마태 10,26).

 

10년 전 오늘, 사제단의 결단이 옳았습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9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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