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26년 전 ‘남북기본합의서’ 이행해야
대화와 연대, 신뢰만이 우리의 갈 길 26년 전, 1991년 12월 13일, 남쪽의 국무총리 정원식, 북쪽의 정무원총리 연형묵의 이름으로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처절하게 아름다운 약속의 핵심인 “화해, 남북 불가침, 남북 교류협력”의 25개 조항은 대화, 협상, 인내의 결과입니다. 주제마다 “이행과 준수”가 강조되는 만큼 이행의 어려움을 쌍방은 알고 있었을까요?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화해하기 위해, “제7조 남과 북은 서로의 긴밀한 연락과 협의를 위하여 이 합의서 발효 후 3개월 안에 판문점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 운영한다. 제8조 남과 북은 이 합의서 발효 후 1개월 안에 본회담 테두리 안에서 남북 정치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남북화해에 관한 합의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합의한다.” 남북 불가침을 위해, “제12조 남과 북은 불가침의 이행과 보장을 위하여 이 합의서 발효 후 3개월 안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는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문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 군 인사 교류 및 정보교환 문제,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실현문제, 검증문제 등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 추진한다. 제13조 남과 북은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 운영한다. 제14조 남과 북은 이 합의서 발효 후 1개월 안에 본회담 테두리 안에서 남북 군사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불가침에 관한 합의의 이행과 준수 및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협의한다.”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22조 남과 북은 경제와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합의의 이행을 위하여 이 합의서 발효 후 3개월 안에 남북 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를 비롯한 부문별 공동위원회들을 구성, 운영한다. 23조 남과 북은 이 합의서 발효 후 1개월 안에 본회담 테두리 안에서 남북 교류·협력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협의한다.” 기본합의서가 탄생되기까지는 1년여의 대화와 협상, 완전하진 않지만 신뢰를 두고 남북의 연대 의지가 있었고 1991년 9월 17일 남북 UN 동시 가입은 연대에 기초한 대화와 협상의 열매입니다. 유엔 동시 가입은 쌍방이 대화와 협상 중에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특수 관계)에 이른 것으로 대화는 이처럼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함을 서로 인정하는 성과를 낸 것입니다. 탄핵, 대선, 핵 실험, 남북의 긴장 등 숨 가빴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다시 남북기본합의서를 읽어봅니다. 읽고 또 읽어도 대화와 연대, 신뢰만이 우리의 갈 길이며 평화의 길입니다. 「사회적 관심」 40항은 “신앙에 비추어 볼 때, 연대성은 그 자체를 초월하고자 모색하며, 전적인 무상성, 용서, 그리고 화해 같은 각별히 그리스도교적인 차원이라고 할 형태를 취하려고 한다. 이웃은 비록 원수라고 하더라도, 주께서 그 사람을 사랑하신 것과 똑같은 사랑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신앙은 분명히 현실을 넘어서는 힘이 있습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17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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