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4대강을 학살한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죽어가던 생명의 절규… 듣고만 있었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라는 여론, 즉 ‘사, 자, 방’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강력합니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의 비리를 일컫는 말이지요. 딱 9년 전,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12년 말까지 한강, 금강, 영산강까지 30조 이상을 낭비한 엄청난 자연생태 생명학살사건이었습니다. 사건 연출자, 출연자, 배후, 적극 가담자들을 보며 그들이 생명을 처절하게 죽이며 특정인-기업들-의 야욕을 채웠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김황식·정운찬·한승수(전 국무총리), 강만수·박재완·윤증현(전 기재부 장관), 정병국·유인촌(전 문체부 장관), 임태희(전 청와대 대통령실장), 김문수(전 경기도지사), 류우익(전 대통령실장), 곽승준(고려대), 안종범(전 성균관대), 신현석(부산대), 문영일(서울시립대), 허재완(중앙대), 윤병만(명지대), 공동수(경기대), 박준영(전남도지사), 오세훈(전 서울시장), 정우택·김무성·심재철·홍준표·주호영(국회의원), 박희태·김형오(전 국회의장), 김진(언론인), 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 이재오·정몽준·안상수·박형준·이상득·정두언·김태호·진수희·윤진식·강재섭(전 국회의원), 원희룡(제주도지사), 유영숙·이만의(전 환경부 장관). 이 외에도 정치인, 공직자, 교수, 언론인, 기업인, 공기업 임원 등이 아름다운 생명에 집단테러를 가했습니다. 기억만큼 무작위로 적었지만 어디서 뭣 하는지? 버젓이 교단에서, 공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법률가, 행정가들은 생명공학의 활용과 관련된 잠재적 이익과 위험 가능성을 판단할 책임”(「간추린 사회교리」 479항)이 있음에도 이들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수 채환은 ‘4대강의 눈물’이란 노래로 생명의 죽음에 대해 절규합니다. “새야, 송어야, 버들 붕어야”를 부르며 무너져가는 강에서 어서 피하라고 절규하고 “아프기 전에, 꺾길라 어서 가라, 돌아보지 말고” 가거라고 흐느낍니다. 그 새들, 송어들, 버들 붕어들은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까요? 살아있다면 날개는, 지느러미는? 무너지는 강둑과 육중한 중장비의 테러를 어떻게 견디었을까요? 숨을 곳을 찾아 가슴 졸인 숨 가쁜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강의 심장을 파헤치는 권력의 테러를 어찌 감당했을까요? 그 때 나는 어디서 그 절규를 들었을까요? 아니, 그 절규를 들을 귀는 있던가요? 2010년 12월 당시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은 “3월 12일 춘계 주교회의 후 발표된 주교단 성명서가 4대강을 반대하는 내용이 아니며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 4대강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사업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7년, 4대강에 대한 정보의 질(質), 양(量)은 넘쳐납니다. 추기경께서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때입니다. 당시 주교단의 입장도 아리송하고 모호한 태도로 사안을 비껴가는 듯했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5월 “4대강 사업 수행기관으로서 국가 물 관리에 대한 국민적 심려를 끼쳤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고백했습니다. 4대강의 처참함과 생명의 죽음을 보았다면 이제 정직한 답변을 해야 합니다. 이명박 수사에 앞서 우리는 먼저 울부짖고 죽어간 생명체들에게 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사회교리를 말하고 사회적 가르침으로 세상과 함께 가려면 우리가 먼저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껴야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답 없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말하고 오늘 성탄의 복음을 말하렵니까? ※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분들과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2월 25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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