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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재화(땅 · 돈),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하느님의 첫 번째 선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7 조회수5,777 추천수0

세상 속의 복음 사회교리 (49) 재화(땅 · 돈),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하느님의 첫 번째 선물

 

 

요즘 비트코인(bitcoin)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발행주체도 잘 모르고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돈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상화폐(假像貨幣 : cryptocurrency,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전자화폐 또는 암호화폐)’라고 불려지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까지 실제로 투기열풍에 가담하면서 국가는 거래소 폐지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언급하면서 과열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규제를 반대하는 역풍이 만만치 않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가상화폐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가치 판단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를 ‘도박’이라는 단어를 씌워 진정시키려 하고, 투자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본인의 투자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구도이다.

 

사실 한 나라에서 사용되는 화폐 발행과 유통에 대한 권한은 국가가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카드이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는 국가 권력을 벗어나 가상공간에서 인간들이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로이 거래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탄생했다. 글로벌 기업이나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화폐, 인플레이션이 불가능한 화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24시간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는 거의 지불하지 않는, 국경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됐다. 이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고, 실물 화폐처럼 물품 구입 대금으로 받아주는 점포들도 있다. 이 정도 되면 가상화폐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지나친 투자들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져 본다. ‘가상화폐는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아쉽게도 이런 질문은 점점 잊혀지고 대신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과연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 가톨릭 교회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상기시킨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풍부히 돌아가야 한다.” 이 원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 하느님께서는 온 인류에게 차별과 편애 없이 땅을 주시어 그 모든 구성원들이 생명을 유지하게 하셨다. 이것이 지상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바탕이다. 땅은 열매를 맺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하느님의 첫 번째 선물이다.”(「간추린 사회교리」171항 참조)

 

그렇다. 인간이 먹고 성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귀며 또한 인간 소명의 가장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러한 재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하자면 인간은 자신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 기본적인 삶의 여건을 유지하는 물질적 재화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재화가 모든 사람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고, 일부 사람만의 진보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예속하는 구실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175항).

 

그런데 요즘 누구는 얼마를 벌었네, 누구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있으니 성실하게 일하는 게 미덕이 되지 못한다. 어떤 학생은 등록금까지도 투자하는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재화가 실물의 재화 기능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소유욕의 유혹을 받는 모든 시대의 사회 안에서 우리 모두는 복음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지상 재화에 대한 보편적 목적’을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2018년 1월 28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길성환 베드로 신부(평화의 전당 실무, 사무처 문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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